[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39)](18)표선~가마리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39)](18)표선~가마리
지친 삶에 안식을 주던 바다가 눈물에 젖어간다
  • 입력 : 2012. 12.24(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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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조간대는 평평한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강경민기자

양식장 배수로에 파래 가득, 조하대엔 유용 해조류 전무
담수 유입 조간대 갯골엔 홍조류·댕가리 집단으로 서식
멸종위기 야생식물 황근자생지 겨울바다 삭막함 달래줘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해안조간대에는 설문대할망의 전설과 환해장성 등 다양한 해양문화유산이 자리잡고 있다. 가시리 조간대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황근자생지를 품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 해안을 따라 펼쳐진 환해장성과 원담을 안고 있는 평평한 암반조간대의 소박한 풍경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안식을 준다. 하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선 양식장의 배출수로 조간대와 조하대는 지쳐가고 있다.

▶표선리 조간대=탐사대는 지난 11월 25일 이 곳을 찾았다. 표선리 조간대에는 도내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표선해수욕장이 있다. 물이 빠져나간 탁 트인 조간대 풍경은 편안함을 전해 준다. 표선해수욕장을 지나면 제주의 창조신인 설문대할망이 포구를 만들었다는 '당케포구'가 나온다. '당케포구'는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있는 곳. 주민들은 폭풍우가 불 때마다 파도가 마을을 덮쳐 쑥대밭이 되자 설문대할망에게 바다를 없애 달라고 빌었다. 이에 설문대할망은 하룻만에 동네에 있는 도끼와 소를 이용해 바다를 포구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포구 끝자락에 설문대할망을 기리는 할망당을 세워 제사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탐사대는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뒤로 하고 환해장성을 따라 세화2리(가시리)로 향했다. 제주해비치리조트호텔앞 해안 조간대에서 가시리 방면으로 약 1㎞ 지점부터 육상양식장이 시작된다. 육상양식장은 가시리 '세화2리 해녀의집' 음식점까지 약 3㎞에 걸쳐 들어서 있다.

양식장 배출수는 조간대 배수로를 따라 쉼없이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조간대 양식장 배수로에는 구멍갈파래와 죽은 넙치들이 가득했다. 왜가리 등 백로류들은 양식장 배출구로 빠져나온 넙치를 잡아먹기 위해 진을 치고 있다.

▲환해장성

▲가시리 기암괴석

▲표선리 조간대를 관통하고 있는 양식장 배출수.

양식장 배출수가 흘러들어가고 있는 조하대에서는 톳과 청각 등 유용해조류를 찾아볼 수 없다. 도내 조하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소라도 없다. 오래 전 마을어촌계 주요 소득원중 하나였던 소라가 조하대에서 종적을 감추면서 해녀들의 물질도 힘들어 지고 있다.

강용민 표선리어촌계장은 "이제는 수심 15m정도를 잠수해야 소라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해녀들이 고령화되면서 깊은 곳에 들어가서 소라를 잡을 수 있는 해녀는 한 두 명에 불과하다. 수심이 깊은 곳에 들어갈때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짝을 이루도록 하고 있어 아무리 물질을 잘해도 혼자 가서 소라를 잡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표선리 어촌계는 봄부터 여름까지 성게를 채취하고 있다. 하지만 성게의 먹이가 되고 있는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성게의 크기도 예전 같지가 않다고 한다.

반면 육상에서 담수가 유입되고 있는 조간대 갯골(갯벌에 있는 유로로 밀물이나 썰물시 주로 해수의 유로 역할을 하는 곳)에서는 홍조류와 댕가리가 밀집, 서식하고 있다. 주변 암반대에는 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제주자치도해양수산연구원 인근에 있는 암반조간대에 만처럼 돼 있는 '갯늪'에는 숭어가 뛰어놀고 오래전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한 후 안전하게 뭍으로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멘트길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1970년대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한 후 뭍으로 이동했던 시멘트길. 조성익 자문위원(수중촬영전문가)

▲양식장 배출수가 흐르는 표선리 갯골 조간대에는 구멍갈파래가 가득하다. 조성익 자문위원(수중촬영전문가)

▲담수가 유입되고 있는 갯골에는 홍조류와 댕가리가 서식하고 있다. 조성익 자문위원(수중촬영전문가)

▶가마리 조간대= 표선리 조간대를 지나 가마리 조간대로 들어서자 한라산 중산간의 곶자왈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색적인 기암괴석들이 나타났다. 하얀 무인등대 양옆으로 검고 붉은 뾰족하고 기이한 용암석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인근에 있는 매오름에서 흘러온 용암류이다. 바위 사이 사이에 있는 '조수웅덩이'는 옥빛 바다를 자랑한다. 그 속에는 성게와 치어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해안도로변 조간대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2급인 '황근' 자생지가 있다. 구좌읍 하도리, 성산읍 오조리와 온평리, 표선면 세화2리 해안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황근은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 삭막한 가마리 조간대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강시영·고대로·강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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