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경제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는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집집마다 각종 편의시설은 다 갖추고 산다. 불과 10여년 전과 비교해 보라.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당장 국가부도를 거론하던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일약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국가가 되고 외형적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세계의 거의 모든 상품을 대한민국에 앉아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와 함께 소비의 패턴도 다양해져서 명품을 구매하는 부유층과 저렴한 물건을 선호하는 알뜰구매층이 공존하는가 하면 공동구매, 통신구매, 입찰구매와 같이 구매 방법을 다양화하는 층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다양해진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마음에 드는 상품을 제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의 마음에 드는 상품이라는 것이 주로 '사용이 편리한 것', '품질이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돼 그런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기업들이 선택한 길이고 이 상품들이 결코 소비자를 위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 오히려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주로 화학적인 처리를 하거나 첨가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방법들은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소비재 산업을 글로벌산업으로 확대한 국가들이 채택한 방법으로 현재는 그들 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개선책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입장에 있는 상품군들인데 문제는 기업들이 이러한 방법들이 결코 소비자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조한다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지적인 소비를 생활화해야 한다. '지적(知的)인 소비'는 말 그대로 "알고 소비하자"는 것이다. 상품의 제조자가 어떤 화학적인 처리를 어느 만큼 했는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사한 제품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접하고 있는지, 해롭다면 어떻게 대처하면서 사용해야 하는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같이 사용하고 같이 먹고 같이 즐기는 모든 것들을 기왕이면 알고 소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지적인 소비가 있다. 그것은 '지적(志的)인 소비'이다. 직역하면 "의미 있는 소비"를 말한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여 정성을 다하는 기업인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원하는지, 세금을 잘 내고 지역사회에 공헌도가 높은 기업인지, 노동복지를 잘 실천하는지 살펴보고 나의 소비가 사회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를 따져보는 소비를 말한다.
이러한 두가지 지적인 소비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요즘 소비시장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절실하게 필요한 소비패턴이라 하겠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편한 것만 추구한 소비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고 이러한 소비시장을 바꾸는 것도 소비자의 요구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해도 제조방법과 사용방법이 올바른 상품, 유통기한이 짧아도 인간과 지구환경에 유익한 상품을 기업에게 요구해야 하며 우리의 소비 이후에도 기업의 존재가 사회에 유익한지 끝없이 지켜볼 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로 거듭나서 건강한 사회와 지구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양용진 요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