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루드야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1865~1936)의 '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이란 시가 있다. '어른'은 다 자란 사람(성인 成人)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 세대가 기억해야 할 음악계의 어른들이 있다. 음악인으로서 제주를 향한 순수예술에 대한 이해와 꿈을 가지셨던 분들을 기억하며 '어른이란?' 질문에 조금이나마 다가서고 싶다.
김국배(전남 목포 출생 1912~1965). 현대 제주 음악의 개척자이며 제주도 음악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제주도 민요를 서양 음악 양식으로 보급한 첫 인물이다. 1964년 제3회 제주도 문화상을 수상했다.
나운영(서울 출생 1922∼1993). 우리나라 작곡계의 큰 어른이다. 1966년부터 3차에 걸친 제주도 민요수집 여행을 통해 400여곡을 채보, 정리 연구했으며 1966년 12월 국립극장에서 KBS교향악단과 대한합창단의 초연으로 교향곡 제6번 '탐라'를 발표했다. 제주도 민요를 교향곡으로 만든 첫 인물이며 금관문화 훈장이 추서됐다.
이선문(제주 출생 1947~1997). 제주 교향악의 선구자로 현 제주도립교향악단의 초대 지휘자이다. 제주를 미국의 탱글우드처럼 세계적인 음악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1991년 제3회 제주도 문화상을 수상했다.
여기 언급한 분들은 하나같이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신 분들이다. 제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숭고한 예술의 존엄을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오늘 제주를 살고 있는 예술가, 혹은 어른이라면 이 시대를 바라보는 반성과 고민이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어느 누구의 기득권이나 이득이 아닌 순수한 제주의 문화예술발전을 생각해야 한다.
민간단체와 개인의 자유로운 창작예술 활동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으로 잘 이뤄진다고 본다. 문제는 제주도 문화예술의 지표인 도립예술단들이 서로 다른 정책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가치와 비전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우근민 도지사는 "문화경쟁력이 제주의 미래를 좌우한다.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문화창조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선도적 미래투자가 절실한 때이다.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는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행복 추구권을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바 있다. 도지사가 그런 문화제주를 생각한다면 도립예술단의 모습은 도지사의 정책적 역할을 담당할 모습이어야 한다. 제주도립예술단은 우리 제주도민의 자존심이자 도지사의 문화 군대이다. 조율된 피아노로 연주가 가능하듯 예술단을 통합 운영 관리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도지사의 의지를 정확히 읽고 실행 가능하도록 예술감독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제주문화예술을 책임지고 있는 예술단 단원으로서, 전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 통합된 예술단을 통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무대공연이 바로 오페라다. 무용단 역시 MR(반주 음악) 대신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공연을 해야 할 때이다. 시너지 효과는 멀리 있지 않다. 종합 무대예술인 오페라와 무용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더라도 각 단체의 고유한 예술장르는 무너지지 않는다. 연극, 현대무용과 발레를 책임질 도립단체 설립도 생각해 둬야 한다. 제주의 최고 수장이자 권위자인 우근민 도지사의 문화제주에 대한 약속과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홍정호 모던아츠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