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삼나무 단상
  • 입력 : 2013. 03.08(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2002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비자림로는 '삼나무 숲길'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제주의 삼나무는 제주만의 멋진 풍광과 아름다운 숲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초봄에 개화하는 삼나무는 대표적인 풍매화로 꽃가루 크기가 작고 가벼워 바람에 날려 씨를 퍼뜨린다. 삼나무 꽃가루는 서귀포시는 2월 말, 제주시는 3월 초부터 발견되기 시작해 4월 중순까지 날린다.

삼나무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면, 재채기,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 호흡곤란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삼나무 화분증'(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이웃나라 일본은 약 60% 정도의 삼림이 삼나무로, 삼나무 화분증이 만연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최근 삼나무 지역을 일부 축소해 나가기도 하고,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꽃가루 경보까지 발령한다. 제주인도 삼나무 화분증에 자유롭지 못하다.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피부단자시험이나 피검사를 통해 특정 원인물질(알레르겐)에 대한 '감작' 여부를 검사한다. 다른 알레르겐과는 달리 삼나무 꽃가루에 대한 감작률은 국내 타지역에 비해 제주에서 월등히 높다. 환경보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도시 혹은 해안보다는 삼나무를 흔히 볼 수 있는 농촌지역에서 높다. 제주시보다 서귀포시가 높은 것은 평균기온의 차이로 추정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10년간 비교연구에서 최근 감작률이 현격히 증가하고 있다.(1998년 9.7%, 2008년 18.2%) 이 기간 대규모 인구이동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평균 기온의 상승 같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감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삼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푸른 숲과 방풍림, 목재로의 좋은 점보다 삼나무 꽃가루에 의한 해악이 크고, 앞으로 더 커진다면 당연히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

삼나무 화분증을 비롯한 대부분의 알레르기 질환은 일부 중증 질환을 제외하고는 조절 가능하다. 정확한 원인 검사를 통해 회피 가능한 알레르겐은 최대한 회피한다. 삼나무처럼 제주 도처에 분포하는 경우 삼나무 꽃가루를 피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약물치료를 한다. 삼나무 꽃가루만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증상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약물치료를 하면 된다. 삼나무 등 많은 꽃들의 개화기는 이미 알려져 있고, 알레르기 원인이 삼나무 꽃가루인 가운데 증상이 시작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화분증 시기에만 약물치료를 통해 넘어 갈 수도 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비록 외래 수종이고 제주의 중요한 알레르기 원인이기는 하나 이제 제주의 삼나무는 우리 환경의 일부가 됐고, 삼나무로 인해 좋은 생활 환경을 제공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연을 뿜어내는 자동차 단속과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을 고민하는 것이 삼나무를 베어내는 것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신중하게 삼나무를 대체해 제주의 숲을 채워 줄 나무를 선택하고,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대체 조림을 고려해야 한다.

<이재천 제주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83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