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초식동물 프로덕션 채수민 프로듀서

[제주愛 빠지다]초식동물 프로덕션 채수민 프로듀서
"가진 손재주로 마을에 기여하고 싶어"
  • 입력 : 2013. 03.15(금)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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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NGO단체서 활동하다 제주에 정착한 채수민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손재주를 마을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소박하게 털어놓는다. 강봄기자

서울 NGO 단체서 활발히 활동하다
제주 풍광에 빠져 제2의 인생 시작
올해부터 주민 대상 영상관련 강의

2012년 1월1일, 당시 39살의 서울 출신 한 영상 제작자가 '12번째' 제주를 찾았다. 10년 가까이 11차례 제주를 오갔다. 그땐 홀연히 왔다 홀연히 가는, 단지 제주 풍광에 빠진 여행자였다. 하지만 '12번째'는 달랐다.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이젠 '제주도 사람'이라고. '정착'.

서울 토박이 채수민씨는 2003년도부터 제주와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전국 그 어느 곳도 제주만큼 많이 다녀 본 적이 없다. 쪽빛 바다, 맑은 공기, 타 지방에선 볼 수 없는 오름 군(群) 등 이국적인 제주 자연에 넋을 잃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수차례의 제주 발걸음에도 '아름답다' 외에는 특별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원래 이전부터 귀농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주도도 염두에 뒀지만 솔직히 자연경관은 최고였지만 생계를 고려하면 막막했어요. 그래서 제주로의 귀농은 접었죠."

그러나 이후 인터넷 등을 통해 제주에서의 귀농도 괜찮다는 내용을 접하게 됐고, 때마침 지금 살고 있는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소재의 집을 우연히 얻게 되면서 인생의 제2막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특히 정착을 결심한 채씨를 위함인지 '12번째' 찾은 그 해 월령리가 '베스트 특화마을 만들기' 우수사업에 선정됐다. 월령리에서 제출한 영상·영화 장비를 갖춘 영상지원센터 개설, 영화체험교실운영 등을 테마로 하는 '농어촌 영화체험마을 조성사업'이 선정된 것이었다. "제가 갖고 있던 손재주와 딱 맞아 떨어졌어요. 개인적으로 생계 유지는 물로 마을에 기여할 수 있게 돼서 기뻤죠."

그는 제주에 정착하기 전까지 NGO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내전화와 PC방 인터넷전용회선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KT에 사상 최대의 과징금인 1159억 원을 부과하자 소비자단체 사이에서는 통신요금 반환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서울YMCA 간사였던 그는 소비자 행동 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2007년에는 서울시가 자전거 이용 저변 확대에 주력하자 서울환경운동연합 간사였던 채씨는 자전거 또한 엄연한 교통수단이므로 다른 교통 정책과 따로 움직여서는 안된다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했다. 특히 같은 해 당시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부산 을숙도에서 서울 여의나루까지 560km에 이르는 한반도 대운하 큰 물길 탐사에 나서자 함께 하며 이 최고위원의 한반도 대운하 '홍보'를 경계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08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몸 담아 입시와 사교육 문제 해법 등에 대한 해결에 적극 나섰다.

그는 명함에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초식동물' 프로덕션 채수민 프로듀서.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거라 여겨 넌지시 물어봤다. "인터넷 상에서 모든 닉네임이 '초식동물'이예요." 채식주의란다.

이제 그는 4월부터 이웃 재릉초등학교에서 매주 목요일(1교시) 영상 관련 강의를 시작한다. 또 올해부터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상 기기를 다루는 방법과 영상 편집 등을 가르칠 계획이다. 특히 그는 마을 주민들의 일상 등을 틈틈이 촬영해 기록화 할 예정이다.

"저는 이제 '외지인'이 아니라 월령리 주민입니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기술로 조금이나마 마을에 봉사해야죠. 따뜻한 곳이고, 따뜻한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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