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제주시 선흘1리에 터잡은 김세운씨

[제주愛 빠지다]제주시 선흘1리에 터잡은 김세운씨
"돌담에 반해 10년… 선흘주민 다 됐어요"
  • 입력 : 2013. 03.29(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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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매료돼 둥지를 튼 김세운씨가 자신의 돌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희만기자

중산간 선흘마을에 문화예술공간 차려
무대와 객석의 격식 허문 콘서트 선봬

원시의 곶자왈을 품은 중산간마을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동백동산마을로 잘 알려진 마을 안 막다른 골목엔 특이한 돌집이 하나 있다. 이 집은 선흘문화예술공간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카페 세바'로 재즈피아니스트 김세운(37)씨가 산다. 서울이 고향인 그녀가 대학 졸업여행에서 만난 제주에 매료돼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현실로 옮겨놓은 게 벌써 10년이 됐다. 대학 졸업후 재즈 공부를 위해 네덜란드로 떠났다 귀국한 그녀는 홀연 제주행을 택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그리고 매일매일이 새로운 제주의 매력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겠다"는 그녀가 한 눈에 반했다는 제주의 그것은 바로 '돌'이다. 그리고 돌담과 고목,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꼭 맘에 들어 제주생활을 시작한 2003년부터 꿈꾸던 선흘1리에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린 작업실을 지은 게 2011년이었다. 그랜드피아노와 악기, 아담한 책꽂이가 정감있는 집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카페로 운영하고, 나머지 시간엔 작업실로 쓴다.

카페 세바에서의 첫 공연은 2011년 오픈 기념으로 연 크리스마스 공연이었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객이 100명쯤 됐다. 많아야 60명쯤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그녀의 집에서 그후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한 달에 두 번쯤 제주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연주자를 초대해 클래식과 재즈를 번갈아 선보이는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1년여동안 그녀는 연주자이면서 기획자로, 제주에선 접하기 쉽지 않은 연주자들을 무대로 초대했다. 그 때마다 관객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객석을 채우곤 했다.

잘 갖춰진 공연무대가 곳곳인데, 중산간 작은 마을의 가정집 같은 아담한 공간의 무엇이 연주자와 관객의 마음을 잡아채는 걸까?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하우스 콘서트에서 연주자는 관객의 눈빛을, 관객은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음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관객과 연주자 모두 만족감을 맛볼 수 있는 게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이다." 그녀가 원하는 연주자를 초대하기도 하지만 세바 무대에 서기 위해 연주자들이 먼저 서울에서든 어디서든 먼길 마다 않고 찾아오는 이유인 셈이다.

그동안 그녀가 함께 활동중인 재즈 트리오 이종혁밴드를 비롯해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과 한지연, 재즈보컬리스트 써니킴 등 이름난 연주자 여럿이 세바 무대를 찾았다. 올해는 클래식 콘서트로 '젊은 예술가의 초상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연주자이면서 선흘 주민으로 사는 그녀의 일상은 어떨까? "이웃에서 담근 김치를 맛보라며 갖다주기도 하고, 지난 겨울엔 감귤과 당유자를 여럿이 줘서 겨울 내내 잼과 마말레이드를 만들어 먹고 손님들에게도 선보였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공연이 있는 날이면 관객으로 카페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에 카페가 들어서고 조금은 부산스런 변화를 선뜻 이해해주는 마을주민들과 섞여서 선흘주민으로 살고 있다는 그녀다.

제주에서 10년을 살았지만 매일매일이 새로운 동시에 사람들과의 만남이 여유롭다는 그녀는 오늘도 그런 제주생활의 느낌을 자유분방한 재즈에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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