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섬 속의 섬에서 느끼고 싶은 여유

[하루를 시작하며]섬 속의 섬에서 느끼고 싶은 여유
  • 입력 : 2013. 05.08(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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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게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여행했던 도시 중 어디가 가장 좋은지? 선뜻 답변이 나올 듯하지만 쉽지 않다. 도시마다 특색이 있고 그곳에서의 경험에 따라 추억은 달리 남겨지기 때문이다. 프라하처럼 멋진 곳이지만 소매치기와 바가지요금으로 불편한 곳이 있는가 하면 비포장도로의 덜컹거림에 녹초가 될 지경이었지만 이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향기로운 차 한 잔으로 인해 아련한 따스함으로 남는 시골마을도 있다. 이 중 어느 곳이 더 좋은지는 사람의 가치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데 그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감동은 힘들게 도달할 때 더 강하게 남는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2시간 반 만에 파리에 도착한 경험보다 꼬박 1박2일 버스를 타고 찾아간 네팔 포카라의 아침이 더 감동적이고 호텔 테라스에서 보는 석양보다 사막에서 야영을 하며 꼬질꼬질한 담요를 뒤집어쓰고 보았던 저녁노을이 더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처럼 불편하고 조금은 느리게 돌아가는 여정이 여행지를 더욱 매력적이게 만들기도 한다.

며칠 전 우도를 다녀왔다. 유명세를 치르는 섬답게 도항선 가득 차와 관광객을 싣고 나르기를 쉼 없이 반복한다. 덕분에 산호모래해변이나 우도봉 등의 유명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해안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에는 차와 자전거는 물론 ATV까지 줄줄이 엉켜진다. 간간히 우도올레를 걷는 올레꾼들은 이런 탈것들을 피해 아슬아슬 걷는다. 또한 경치 좋은 곳마다 펜션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감탄을 자아내는 곳도 있지만 전혀 생뚱맞게 경치를 막아선 곳도 있다. 어째 도시의 복잡함과 조급함이 이곳 우도에까지 스며들어 온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번잡함을 볼 때마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섬으로 떠났던 여행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여행책자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꽤 유명한 휴양지였다. 성수기로 빈 숙소가 없을 지경이었지만 항구며 대합실은 차분했다. 어렵사리 구한 민박집을 찾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도가 일차선이다. 마주 오는 차를 피하기 위해 일정간격마다 옆으로 잠시 차를 정차할 수 있게 만들어 통행을 하고 있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인상적인 도로다. 그리고 도착한 작은 마을의 언덕에 내가 묵을 민박이 있었다. 한국인을 처음 본다는 노부부는 작은 이층 방에 깨끗한 잠자리를 준비해 주었고 그날 밤 난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 어느 때보다 포근히 잠들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볼거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래 기억되는 그 섬의 매력은 무엇일까? 원시적인 풍경에서 오는 소박함이 마치 외갓집에 다녀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그동안 관광객의 편의제공이라는 명분으로 절경마다 길을 넓히고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건물을 올리곤 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반복된 개발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듯 조그만 마을 구석구석까지 헤집고 있다. 구불거리는 구성진 골목을 밀어내고 아스팔트 고속도로로 만드는 일은 이제 다반사라 이야깃거리도 못 된다. 그런데 정작 여행객들이 열광했던 것은 무엇인가? 고급호텔도, 대형 관광단지도 아니다. 쭉쭉 뻗은 아스팔트 대신 소박한 올레길에 감탄하며 불편을 자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가치를 밀어내 버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무조건 개발반대를 외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의 가치를 너무 쉽고 빠르게 내어줘 버리는 게 안타깝다. 절경을 찾아가는데 좀 돌아가면 어떤가?

제주 본섬을 넘어 마라도, 가파도, 추자도, 비양도 등의 개발을 이야기하고 있다. 섬 속의 섬에서만큼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마음의 고향 하나쯤 남겨놓길 바란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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