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준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사람이 자기 의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대륙을 통일했던 진시황도 인간인지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서복을 시켜 불로장생의 약을 찾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서복이 마침내 다다른 곳이 제주도였고 영주산(한라산)에서 불로초를 구한 후 서불과지라는 글을 새겨놓고 돌아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진시황이 아니더라도 태어나면서 생명을 받아 누리게 된 이상 죽는 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대 그 죽음의 대상이 사랑하는 가족이거나 연인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병원 특히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의 죽음을 보아왔으나 그 죽음이 대부분 예기치 못한 사고나 갑작스런 질병의 악화인 경우에 가족의 상실감은 더할 나위 없이 크고 깊어 옆에서 지켜보는 의료진으로서도 감당키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원인은 다양할지라도 결국은 심장이 멈추는 심정지로 귀결이 되는데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을 심폐소생술이라고 한다. 이 심폐소생술은 매우 쉬워서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까지도 따라 할 수 있다.
다만 "만의 하나 내가 하다가 잘못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널리 시행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여 2008년 12월 14일부터 '선한 사마리안 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응급상황에 있는 환자를 도우고자 시행한 응급처치 등으로 발생한 재산상 피해나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심정지로 병원을 방문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5%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병원 도착 전 심폐소생술이 잘 시행되고 응급의료체계가 잘 구축된 선진국의 경우 세 배인 15%를 넘어 심폐소생술이 적극 시행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까지 알려져 있던 심폐소생술은 인공호흡과 흉부압박을 교대로 하는 방법으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시행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최근의 연구들에서 흉부압박만 하더라도 동일한 효과로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하여 흉부압박만으로 하는 심폐소생술을 강조하고 있다. 두 손을 깍지 끼어 가슴 중앙에 올려놓고, 1분에 100~120회로 가슴을 강하게 위아래로 눌렀다가 떼어 심장이 펌프질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한 이 동작으로 죽음을 연장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지금 당장 연습해봄이 어떠할까? <강영준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