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데 예전보다 숨이 차고 따라가기 힘들다"

"걷는데 예전보다 숨이 차고 따라가기 힘들다"
[제주건강보고서 3H](19)만성폐쇄성폐질환
  • 입력 : 2013. 05.10(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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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에 산소부족으로 나타나는 폐기종과 기관지 내부가 붓고 가래가 증가하며 기관지 단면이 좁아지는 만성기관지염을 함께 일컫는 질환이다. 제주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서 폐기능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폐기종·만성기관지염 일컬어
흡입약제로 꾸준히 치료해야
폐렴알균 예방접종으로 예방

평소 애연가인 중년의 A씨는 최근 걷기 운동을 하다가 예전보다 숨이 차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평지에서 걸을 때 숨이 차 잘 따라가지 못했다. 이런 경우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그런가보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이 질환이 아닌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로 불리는 이 질환은 생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평소 '폐기종', '만성 천식', '만성폐질환', '만성기관지염'으로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실제 정확한 진단명은 이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제주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이종후 교수의 도움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알아 본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이 질환에 대해 알기 위해선 먼저 호흡기관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숨을 마실 때 코와 입으로 들어간 숨은 '기도'라 불리는 숨이 드나드는 길을 통해 몸 깊숙이 들어간다. 기도의 끝에는 작은 풍선들이 매달려 있고, 우리 숨에 들어있는 산소가 이 작은 풍선을 통해 흡수되면서 혈관으로 이동한다. 이런 작은 풍선들이 전부 모여지면 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담배를 장기간 태우게 되면 이런 작은 풍선들 주변의 탄력 조직이 파괴되게 된다. 이 경우 풍선에 들어온 산소는 우리 몸의 가스 교환에 따라 이산화탄소로 변화돼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장애를 일으켜 이산화탄소가 쌓이고, 산소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모자라게 돼 산소 부족을 일으킨다. 이 상태를 '폐기종'이라고 한다. 한편 풍선이 되기 직전의 숨이 드나드는 길, 즉 기도는 마치 파이프와 같은 구조로 돼 있는데 이를 기관지라 한다. 폐기종과 마찬가지로 담배를 장기간 태우면 기관지 내부가 붓고, 충혈되며 가래가 증가하게 돼 기관지 단면이 좁아지게 된다. 이 상태가 '만성기관지염'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기종, 만성기관지염을 함께 일컫는 용어이다.

▶어떻게 진단하나

진단에서 가장 필수적인 방법은 바로 폐기능 검사이다. 숨을 세게 내쉴 때 나오는 공기의 양을 측정하는 이 검사를 통해 기도가 좁아진 소견이 증명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특히 1초 동안 세게 내쉰 공기량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심한 정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이 공기량이 같은 나이 동년배의 정상치가 3L일때, 본인의 수치가 1.2L 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정상치의 40%가 될 것이다. 이 경우 마치 자동차 연비를 연상하면 된다. 3000cc 자동차를 타는데 1200cc 엔진으로 움직인다면 자동차가 오르막길이나 장거리를 이동할 때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떻게 치료하나

치료제의 선택은 환자의 숨찬 정도를 비롯해 ▷작년에 심하게 숨찬 적이 두 번 이상 있었는지 ▷평소 기침과 가래와 같은 다른 호흡기 증상의 정도 ▷1초간 세게 내쉰 공기량의 다른 사람과 비교한 비율(%)의 4가지를 고려해 환자군을 분류하고 약제를 선택한다. 1초간 세게 내쉰 공기량이 50% 미만인 경우는 반드시 약제를 시작하고, 50% 이상인 경우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치료를 한다.

치료는 각종 흡입 약제를 이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먹는 약제에 익숙하고 편해져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흡입용 약제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 흡입 약제는 각종 연구에서 폐기능의 호전, 삶의 질의 향상, 급성 악화의 빈도의 감소 등을 증명했고, 사망률도 낮추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이들 흡입용 약제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치료에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질환의 이름에서 만성이라는 명칭이 들어있는 것처럼 혈압, 당뇨약을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흡입용 약제는 처음에 사용할 때 익숙치 않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용시 어려움이 있는 경우 담당 의사에게 다시 한 번 사용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관리하나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리는 이유의 대부분이 담배이기 때문에 흡연가의 경우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일단 호흡곤란이 시작되면 점차 진행하고, 생활에 큰 불편감이 나타난다. 현재 증상은 없지만 담배를 태우는 많은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는 일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그리고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감기가 걸렸을 때 기관지 내부가 평소보다 더욱 좁아져 생기는 급성 악화이다. 이 경우 매우 심한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매년 11월경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고, 또한 폐렴알균에 대한 예방접종도 필요하다. 다행히 올해 5월부터 전국보건소에서 75세 이상인 사람들에 대해 무료로 폐렴알균예방접종이 예정돼 있고, 11월부터는 65세 이상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다. 폐렴알균예방접종은 평생 1회만 맞으면 되기에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물론 평소 건강한 모든 사람들도 접종하는게 좋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사망률은 현재 미국에서 4위, 우리나라는 7위에 해당하며 점차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이 순위는 더욱 상승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종후 교수는 "모든 병의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예방은 단연코 금연"이라며 "여러 개인 보험도 좋지만 금연이라는 보험은 건강도 확실하게 챙겨주고, 돈도 돌려주는 정말 좋은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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