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친구가 있나요? 나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고 해결방법을 일러주는 친구, 또 괴롭고 힘들 때 슬프거나 외로울 때 벗이 되어주는 친구, 여러분에겐 이런 참된 친구가 있나요?" 물음을 던지면 누가 그런 친구인지를 떠올려보는 표정들이 사뭇 진지하다. "사람친구 말고…." 힌트를 주면 눈치 빠른 아이는 금방 알아차린다.
"예, 책 친구지요? 책 속엔 재미난 이야기도 있고, 인류가 걸어온 역사가 있으며 보석처럼 빛나는 지식이나 지혜들이 듬뿍 들어있지요. 뿐인가요? 공상과학소설을 읽으며 꼬마 과학자가 되고 피터팬처럼 정의를 위해 싸우기도 하지요.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용기가 솟습니다."
이쯤이면 분위기는 성공이다. 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빛이 생글거린다.
위는 2013 책읽기 릴레이 식전 행사, 간단한 연주와 책 이야기로 아기자기하게 마련된 북 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책읽기 릴레이는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위원회의 주요 사업 중의 하나이다. 처음엔 일반 희망주민 1000여명을 책 선두주자로 릴레이 독서운동을 벌여 왔으나 완주도서가 기대에 못 미쳐 지난해부터는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바꿔 시행했다. 물론 학교 나름으로 독서교육을 강조하는데 우리까지 끼어들어서 되레 독서공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릴레이 형태의 독서운동임을 내세워 진행했는데 예상대로 성공적이었다. 작년엔 관내 15개교 480여명이 선두 독서주자로 나서서 무려 5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참여했고 릴레이 책을 성공적으로 읽은 것이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금년에도 관내 소규모학교와 중학교를 합쳐 13개교에서 이미 책읽기 릴레이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왜 새삼 책인가? 경제가 어렵고 먹고 살기 바쁜데 한가하게 독서라니!
요즘은 지식정보시대를 거쳐 문화의 시대다. 문화란 인류의 생활양식으로 그 시대의 가치관이라 할 수 있다. 삶의 총체가 곧 문화라는 말이다. 그 문화의 중심엔 바로 책이 존재한다. 독서는 지력의 원천으로서 창의성이나 상상력, 정서적 즐거움 뿐만 아니라 강력한 평생교육 수단임과 동시에 아울러 평생학습으로서의 자기계발 등 독서의 힘은 대단하다.
누군들 독서의 중요성을 모를까마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절망 그 자체이다. 2년 전 통계지만 한국 성인 독서량은 166위/192개국, 4명중 1명은 한 해에 책 1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 외국에 비해서 부끄러운 수준이다. 어찌 문화를 말하고 행복을 바랄 것인가? 지난 3월 H대에선 신입생 3585명 전원에게 입학선물로 책을 나눠주었단다. 참 멋있다. 그런데 책 안 읽는 대학생들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그랬으랴. K대는 베스트셀러 열람 이벤트, S대는 독후감 8편 제출 의무화 등 우리 대학 현주소가 이렇다. 요즘 젊은 층을 보면 너나없이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TV나 인터넷 등 정보매체들은 단순한 정보소통 기기로서는 유용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심오한 정신을 일깨워주는 데는 책을 따를 게 무엇이랴.
요즘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 바로 행복 관련 강좌란다. 행복의 조건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신체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문화를 향유하는 삶일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 이를 일깨워주는 것은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강력하고 손쉬운 수단은 바로 책이 아닌가.
나는 책읽기를 보물찾기에 비유한다. 1년에 100권의 책을 읽는다면 100명의 인생경험을 터득하는 셈이 된다. 행복을 꿈꾸는 세상, 이제 책속의 보물을 찾아 행복의 연금술사가 되어보면 어떨까?
책으로 여는 세상! 이제 다시 책이다.
<이경주 서귀포시민의 책읽기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