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당굿 기록](11)성주풀이

[제주당굿 기록](11)성주풀이
집을 수호하는 가신(家神)에 정성들여 무사안녕 기원
  • 입력 : 2013. 06.06(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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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2리(위미3리 포함) 어촌계 탈의장에서 성주풀이굿이 29년만에 열렸다. 신복만 큰심방이 이번 성주풀이굿의 메인심방이 되어 굿을 집전하고 있다. 김명선기자

강태공수목수가 모의적으로 집 짓는 상황 연출
성주신 모시고 성주풀이 민요 단골과 함께 불러


제주에서는 옛부터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한 뒤에, 집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신을 받아들이는 굿을 한다. 이를 성주풀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성주풀이굿을 하는 광경을 보기 힘들정도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올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2리(위미3리 포함) 어촌계에서 성주풀이 굿이 열렸는데 제주당굿 기록팀이 현지를 방문해 기록했다.

▶집을 지키는 가신에 무사안녕 기원=성주(成主)를 상량신(上樑神), 성조(成造)라고도 한다. 성주는 가신(家神) 중에서 가장 상위의 신이다. 한 가정의 가장을 대주(垈主)라고 하는데, 이는 가신의 대표인 성주와 더불어 한 가정의 운을 결정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 집에는 하나의 성주만이 있다. 집을 지을 때는 반드시 성주신을 맞아들이는 상량식을 하며, 때로는 성주를 받아들이는 성주받이굿 또는 성주맞이굿을 하기도 한다.

제주 지역에서도 집이나 건물을 다 짓고 나면 적당한 날을 택일하고 심방에게 의뢰해서 행하는 작은 굿이 성주풀이굿이다. 성주신에게 집 안의 무사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는 무속 의례인 것이다. 이때 심방은 성주신에게 집 안의 무사 안녕과 번창을 기원한다.

성주신은 집이나 건물을 수호하는 신이지만, 청하여 맞아들이지 않으면 오지 않는 신이다. 이 때문에 각 지방에 따라 집을 짓거나 다 짓고 난 뒤에는 이 성주신을 맞아들이는 의례나 굿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제주문화대전)

▶성주풀이굿의 집전=위미2리 어촌계 해녀탈의장에서 열린 성주풀이굿은 신복만 큰심방이 집전했다. 먼저 성주 제상을 차리고 이때 성주신의 신체인 성주기와 성주꽃도 종이로 만들어 제상 위에 놓는다.

성주풀이에는 '강태공수목수(姜太公首木手)'라는 제차가 있는데, 강태공이라는 신이(神異)한 목수를 불러들여 모의적으로 집을 짓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 제차를 할 때가 되면 강태공으로 분장한 소미 한 명이 자루에다 숫돌과 떡, 쌀 등을 넣고 도끼를 매고 밖에서 대기한다. 차례가 되면 심방이 강태공수목수를 제장으로 불러 앉히고, 그가 지니고 있는 각종 건축 도구들을 확인하는 문답을 주고받는다. 그런 다음 강태공이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도끼로 찍는 시늉을 하고, 집을 짓는 과정을 실연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집의 문전신을 위해 문전본풀이를 부르고, 조왕할망 등과 같은 집 안의 가신들을 위한 의례도 같이 행한다.

▲강태공수목수로 분장한 김영철 심방이 모의적으로 집을 짓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집을 짓고는 제대로 지어졌는지 단골들과 함께 확인gks다. 이보다 앞서 목수는 단골에게 목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건축 도구가 잘 듣는지 보여준다. 꽃모양의 종이는 성주꽃의 모습. 김명선기자

▶성주소리 부르며 집안의 무사안녕 기원=제주에서는 집을 새로 짓고 나면 성주신을 모시고 굿을 하였는데, 이때 불렀던 무가의 하나가 바로 성주풀이 이다. 무가로서의 성주풀이가 일반인들 사이에 차츰 알려지면서 민요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 바로 성주소리이다. 굿을 좋아하던 몇몇 분들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조금씩 일반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폭넓게 퍼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아직은 무가적인 성격이 강한 민요라고 할 수 있다.

성주소리

영등산에 덕덜 남 미져/영등산에 덕덜 남 메져(이하 후렴 동일)
이집 지어 삼년만에/아덜은 나면 효잘 낳고
딸은 나면 열녀로다/말은 길러 역마 되고
소는 길러 황소 되고/앞님 방에는 청사 초롱
뒷님 방엔 흑사 초롱/나무비고 넘구 가자
마레에로 들어 가면/곱은 낭도 찍구 가저
천장 널판도 찍구 가자/문입쟁이도 비구 가자
마렌널두야 찍구 가자/부엌으로는 들어 가면
화장 밑에도 찍구 가저/뒷문입장도 찍구 가져
요 살레도 찍구 가자/밖것으로 넘어 가면
집서리도 직구 가져/지도옹도 비구 가저
앞지방 뒷지방 비구 가져/이 나무 저 나무 다 비여당
집을 지어 봅시더/이집 지어 어느 짝인고
짝을 발롸 봅시다/나무 수정은 다 비여수다
덕덜나무가 끗입니다(한국민요대전(제주도편, MBC))과 북제주군 민요 채보 연구)

※문전본풀이 =문전 본풀이는 '상방(마루방)' 앞쪽을 지키는 '문전신(門前神)'뿐만 아니라 조왕(부엌)신과 측간신, 울타리 안을 지키는 오방토신(五方土神), 문 밖 출입문을 지키는 주목지신·정살지신 등 주택의 각처를 차지하고 지켜 주는 신들의 유래담이면서, 이들 신에게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차인데 이들 신 중에서 문신이 제일 상위의 신이기 때문에 문전 본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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