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숙근 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침마다 흔히 나누는 인사말이지만, 이런 인사말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잠은 단순히 몸과 뇌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아니라 성장과 인지기능에 중요할 역할을 하며, 그렇기에 일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시간이 수면에 할당되어 있는 것이리라.
일반적으로 적정 수면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나이와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신생아 때는 하루 16~18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은 짧아져 청소년기에는 8.5~9.5시간, 성인은 7~8.5시간, 노령기엔 6~7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어린 나이일수록 재밌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으니 잠자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청소년기에는 학업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수면시간을 줄이고, 어른이 되어서는 성공을 위해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고자 애쓴다. 하지만 낮에 깨어있는 시간과 달리 이 잠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아침형 인간이 되자는 유행이 돌기도 하고 수면시간을 줄이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책들이 팔려나간다. 발명왕 에디슨은 하루 4시간을 자면서 성공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하루 10시간씩 잤다고 하니 수면시간과 성공은 별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스스로 잠을 줄이려는 의지가 없다 하여도 등교시간이나 출근시간에 맞추어 일어나야 하고, 학원이며 야근에 늦게까지 깨어 있곤 하니 수면부족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나이가 들어 시간에서 자유로워질 때 즈음이면 이젠 되려 잠이 안 드는 것이 문제가 된다. 원래 수면주기란 것이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이 짧아져 수면 중 깨는 시간이 늘어나고 수면생리가 불안정해진다. 한밤중에 깨어 긴 밤을 뜬 눈으로 보내거나 푹 자지 못하고 선잠만 자는 탓에 낮에 졸립고 피곤하다. 깜깜한 밤에도 낮처럼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환한 전깃불과 켜기만 하면 24시간 내내 무료함을 달래주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도 잠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이쯤이면 현대 사회가 불면증을 만들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잠 못 들게 하는 이 사회만 탓해서 어쩌겠는가. 내 몸 챙기듯 내 잠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 내 몸에 필요한 만큼 잘 수 있도록 취침과 기상을 규칙적으로 하고, 낮에 적당한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고, 커피나 술을 멀리 하고, 늦은 시간 밝은 전깃불 아래 텔레비전 시청을 피하고, 과한 낮잠도 피하고 등등. 무엇보다도 잠자리에 걱정거리를 안고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잠에 대한 걱정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노력들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기에 진정 바람을 담아 저녁인사를 드린다. "안녕히 주무세요".
<송숙근 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