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길의 인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날씨가 화창한 휴일이면 1112번 지방도 사려니 숲길 입구는 그야말로 자가용 차량의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건강하게 살겠다고 트레킹에 나선 도민과 관광객들이 조금이라도 더 사려니 숲길 가까운 곳에 주차하려는 뜨거운 일념(?)으로 악착같이 길 양 쪽으로 주차를 한다. 남들이야 불편하든지 말든지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이정도면 대충 괜찮겠지 하는 적당주의가 빚은 현상들이다.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 아닌가? 숲길을 걷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한걸음이라도 덜 걸어보려고 기를 쓰고 입구 가까운 곳에 주차하려는 욕심을 부린다니 말이다. 조금 더 걷더라도 길 한쪽으로 일률적으로 주차하면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한때 한국도로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였던 1112번 삼나무길이 무질서한 주차의 본보기로 전국에 알려지고 있음을 제주사람으로서 창피스러울 뿐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특정 개체수가 적정수를 초과하면 결국 자연은 이를 수용할 수가 없고 생태계의 파괴는 불가피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소위 친환경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제품을 보면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에 화학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친환경 음식을 예로 들자면 자연산 재료와 천연조미료로 조리한 음식을 가리켜 친환경 음식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 친환경 음식 재료의 출처를 물어보면 자랑스럽게 유명산지를 들먹이며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으스댄다.
그런데 판매를 목적으로 대량으로 자연물을 채취하는 것이 친환경인가? 자연을 파괴하는 것에 다름 아닌데 친환경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소비자는 그걸 친환경이라고 찾아다니면서 먹는다. 화학적인 부산물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빚고 있는 자연 생태계 파괴다. 자연물의 채집은 여분을 쌓아 두기 위해서가 아니고 그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만큼이면 족하다. 그것이 친환경이다. 도시생활을 고집하면서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은 자연에서 채집한 자연물질만을 고집하는 인간의 욕심이 결국 자연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자연에서의 채집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집집마다 우영밭을 일궈서 식구들이 먹을 푸성귀는 자급자족하는 것이 생활의 원칙이었다. 한라산의 생태계가 비교적 최근까지도 다른 지역의 자연보다 청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제주사람들의 생활 패턴 때문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흔적을 남기는 곳은 반드시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난다. 지구상에서 가장 천적이 많은 생물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가장 욕심이 많은 생물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하자. 도대체 냄비근성은 언제쯤 버릴 것인가? 누군가가 "뭐가 좋다더라" 한마디 하면 너도나도 쫓아가려는 불편한 진실…. 과연 옳은 것인가? 사려니 숲길만이 길이 아니다. 제주의 360여개 오름과 250여km의 해안선이 모두 길이 아닌가 말이다. 진정한 마니아라면 사람에게 시달리는 사려니 숲길을 배려하고 또 다른 다양한 길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양용진 요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