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3H](25)성인 ADHD

[제주건강보고서 3H](25)성인 ADHD
충동성·주의산만한 어른도 생각보다 많아
  • 입력 : 2013. 06.21(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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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국민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ADHD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의 강좌에서 제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영숙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학교·사회·가정생활 지장
아동기 비해 치명적 손상
정확한 진단·치료는 필수

#1. 30대 남성은 자신의 아이가 ADHD 진단을 받고 치료 하던 중, 아내의 권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매사에 급하고 정신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머리가 명석해 훌륭한 계획을 세우지만 일을 시작하면 일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항상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해 제대로 마무리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또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들거나 자기 주장만을 해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갔으나 이 같은 문제로 번번이 직장상사에게 지적을 받을 때가 많았으며, 급기야 멍청이라며 무시당하는 일이 잦아 4년 만에 홧김에 사표를 던졌다. 이후 사업을 하겠다고 창업을 시도했으나 잘 유지하지 못했고, 학원 강사, 벤처회사를 전전했으며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그는 다른 일을 준비 중이나 매사에 늘 안절부절 못하고 불면증과 잦은 두통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2. 20대 여대생은 자신이 ADHD가 아닐까 의심이 들어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그녀의 어릴 때 별명은 말괄량이, 까마귀라고 불릴 정도로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편이었으나 어려서부터 건망증이 계속됐다. 대학생이 돼서도 급하면 무조건 뛰고 자주 넘어져 무릎이 까진 채 다니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과제 마무리나 시험 때는 항상 시간에 쫓겨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폭식증과 우울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남자친구를 금방 사귀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자주 헤어졌으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꺼번에 여러 개 잡아 친구들의 빈축을 사는 일이 빈번했다. 현재는 학과 조교를 하면서 주말 저녁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며 지내고 있으나 최근 잦은 실수로 인해 교수와 점주의 질타를 받아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의 사람들은 어쩌면 주위에서 흔하게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란 질환으로 진단받고 치료중이다. 지난 13일 제주대학교병원 대강당에서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국민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캠페인'의 일환으로 'ADHD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의 공개강좌가 열렸다. 강좌는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영숙(천의 얼굴 ADHD), 장혁진(어른이 된 ADHD), 윤석민 교수(ADHD FAQ: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강사로 나선 가운데 진행됐다. 이 중 성인 ADHD에 대해 알아본다.

#ADHD란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는 아동에서 5~10% 정도의 유병율을 가진 질병이다. 주증상으로는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산만한 행동들이 있으며 이런 증상들이 7세 이전에 발병하고 대인관계나 학교, 사회생활, 가정생활 등에 있어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1970년대 까지 학계에서는 모든 ADHD는 아동기에 국한된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일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을 거쳐 1990년부터 장기추적연구가 발표되면서 현재는 아동기에 시작된 ADHD의 50~80%가 청소년기에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고, 30~60%가 성인기에도 현저한 증상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아동기에 국한된 병이 아닌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병으로 인정되고 있다.

#성인ADHD 주 증상

성인 ADHD의 주증상은 아동과 같은 영역을 갖지만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먼저 부주의(Inattention)한 증상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저해진다. 시간 관리의 어려움, 일의 마무리를 못함, 집중의 어려움, 건망증, 업무처리에서의 잦은 실수 등으로 인해 직장이나 사회에서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엄격하고 꼼꼼한 계획을 세우다가 오히려 효율성이 낮아져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과잉행동(Hyperactivity) 증상으로는 안절 부절 못함, 매우 활동적인 직업을 추구함, 장시간 근무의 어려움, 여가 시간에도 지속적으로 분주함 등의 양상들을 나타낸다.

충동성(Impulsivity) 증상은 나이가 들면 줄어드는 양상이지만 이 증상이 치료되지 않고 남아 있을 경우에는 난폭운전, 부주의 운전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로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 항상 욕구불만이며 어려움에 대한 내성이 낮아 빈번한 이직, 불안정한 대인관계가 지속되고 다툼, 실연, 이혼 등을 겪을 확률이 많아 결국에는 가정을 지키기 어려워 높은 별거율 또는 이혼율을 보인다. 가정을 지키더라도 관계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자신의 아이를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가족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 충동적인 성적(性的)행동으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 성병의 이환율이 높아 질 수 있으며 임신 기간 동안 음주, 흡연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성인 ADHD의 증상은 아동기의 ADHD보다 증상의 개수는 적을 수 있어도 아동보다 책임져야 할 영역들이 커지면서 증상으로 인한 사회·경제·개인적 손상이 더 크고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성인 ADHD의 정확한 진단 및 치료는 필수라는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DHD 진단과 치료

ADHD의 진단은 진료실에서 최근의 ADHD증상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받고, 최근 생활을 바탕으로 기능적 손상의 정도를 평가하게 된다. ADHD는 아동기에 시작돼 성인기로 이어지는 질환이기 때문에 아동기의 ADHD에 대한 과거력 청취가 필수이며 가족들의 보고와 학교 기록을 수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ADHD의 진단은 특정한 진단도구나 진단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종합적인 평가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 ADHD는 소아와 마찬가지로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한 치료로 알려져 있으며 인지행동치료 및 다른 행동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같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 및 정신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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