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만리 제주밭담](6)일본의 세계농업유산

[흑룡만리 제주밭담](6)일본의 세계농업유산
일본에만 5개 지역 등재… 이농·고령화 농촌에 활력
  • 입력 : 2013. 07.03(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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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카와현 세계농업유산인 노토지역에 있는 양조회사의 터널 수장고. 이 회사는 깨끗한 물과 지역 특산물인 쌀이 결합된 명품주를 생산하고 있다. 강시영기자

2011년 2개 지역 첫 등재후 올해 3곳 추가
생물다양성·친환경농법·가공유통 등 접목

일본은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지난 2011년 니가타현 사도지역과 이시카와현 노토(能登半島)지역 등 2개 지역을 처음 등재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열정을 쏟고 있다.

최근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열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국제회의에서 일본, 중국, 인도 등 3개국 6개 지역이 새로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이 중 3개 지역이 일본이다. 이로써 일본의 세계농업유산은 5개로 늘어났다.

일본 국립 사가대 이응철 교수는 "일본의 경우 선진국으로서 안고 있는 농어촌의 고령화와 과소화의 문제로부터 GIAHS 등재를 통해 지역·지방경제와 농촌지역 활성화에 기대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최근 새로 세계농업유산에 등재된 곳은 시즈오카현 가케가와, 구마모토현 아소, 오이타현 구니사키 등 3개지역이다.

일본의 대표적 녹차 산지인 시즈오카현의 가케가와지역은 차 생산 과정에서 억새 등의 풀을 비료로 사용하는 농법 등을 통해 반자연 초지를 유지함으로써 농업 생산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추진하고 있다.

오이타현 구니사키 지역은 강우가 적은 환경 하에 소규모 저수지군을 조성해 수백 년 전부터 효과적인 토지·물 이용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 최대의 건표고 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시카와현 스즈시의 폐경지로 방치된 논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이 한창이다.

한라일보 취재진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세계농업유산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 2011년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이시카와현 최북단에 위치한 노토지역 스즈시를 찾았다. 노토에서는 다랑이논쌀의 브랜드화를 위해 자연재배쌀'노토쌀'이라는상표에 세계농업유산 브랜드를 활용해 새로운 다랑이논농업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인구 1만6000여명에 불과한 소도시로 완만하고 낮은 산이 해안까지 이어진 전형적인 농촌형 도시다. 산간에서는 숯을 캐고 해안에서는 수산물과 소금을 생산하는 농림수산업을 주업으로 한다.

이 지역은 인구가 적고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데, 세계농업유산이 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기폭제가 됐다. 세계농업유산이 강조하는 여러 등재 기준 가운데 이 지역은 생물다양성과 환경을 중시하는 기반시설,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하는 양조산업이 특징을 이룬다.

계단형 구릉지 논에서는 폐경지로 방치된 곳에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이 한창이다. 지역 학생과 환경단체가 논의 생물 다양성을 직접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며 지속가능한 전통 농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토지역에서는 이렇게 방치된 경작지가 250여곳이나 되는데 지금은 이곳을 환경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민들은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아 견학하고 휴식을 취한다. 마을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통음식을 조리 제공한다.

마스히로 이즈미야 스즈시 시장은 "고령화 등으로 침체돼 있었으나 세계농업유산 등재후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키즈나 협동조합'은 환경농법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다. 2000년대초 직장인 등 환경을 사랑하는 이들끼리 모여 환경농법을 시작한 이후 2009년에는 협동조합으로 정식 발족했다. 모심기가 아닌 씨앗을 파종해 벼를 재배하는 농법이 이색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노토지역 양조법인인 소겐(宗玄)은 깨끗한 물과 맛있는 쌀이 결합된 명품주를 생산한다. 1768년 창립된 이래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으며 옛 터널을 수장고로 활용하고 있다. 터널 수장고는 연중 12℃를 유지한다.

[인터뷰 / 구마모토현 미야모토씨]'아소' 세계농업유산 등재 산파역

농촌에 자긍심 불어넣으려 관심
신문 기고·전문가에 도움 호소
민간이 농업유산 선도 모범사례


구마모토현 아소 지역은 세계 최대급의 칼데라호 주변에 펼쳐진 초원을 이용해 방목, 풀 채취, 화전 등을 통해 이차적 자연을 유지하고 있다. 생물다양성과 농촌 경관을 보존하는 활동으로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등재가 결정됐다.

취재진은 세계농업유산 국제포럼에서 아소의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산파 역할을 한 젊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 주인공은 구마모토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야모토(38·사진)씨. 아소의 농업유산 등재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미야모토씨가 세계농업유산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 전부터 농가로부터 레스토랑 식자재에 쓸 농산물을 직접 구매해오고 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이농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농촌에 자긍심을 불어넣기 위해 고심하던중 세계농업유산 시스템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정보를 글로 써 구마모토 지역 신문에 기고했죠. 아소의 중요성을 우리 지역에서는 정작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예요. 세계농업유산 프로그램의 장점을 갖고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 대신 민간기업과 농가들에게 세계농업유산 프로그램을 적극 설파해 나갔다. 나름대로 학습에도 열중했다. 그 사이 그의 이런 생각을 적어 세계농업유산 시스템의 세계적 권위자인 도쿄대 다케우치 교수에게 친필 편지를 보냈다. 다케우치 교수는 그의 열정에 화답하고 아소 활화산 농경지에 대한 조언과 자문했다. 미야모토씨는 그간의 과정과 세계농업유산 등재 필요성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 구마모토현 지사에게 제출했다.

그의 열정은 이어졌다. 농촌의 젊은 리더들에게 교육·홍보활동을 전개하는 등 자신감을 불어넣기에 열정을 쏟았다. 미야모토씨는 "처음에는 세계농업유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던 주민들도 마을에 부가가치를 줄 것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며 "구마모토 현도 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아소 세계농업유산 지역은 화산폭발때 형성된 칼데라호 주변 초지를 이용해 소와 말을 방목하고 쌀과 채소를 재배한다. 화산지역의 독특한 농경문화에 세계농업유산 프로그램을 접목한 것이다. 그것도 민간이 주도하고 지방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낸 점이 큰 호평을 받았다.

"세계농업유산은 아소 주민들 자긍심의 원동력이죠. 앞으로 농산물 인증제와 브랜드 활용, 기금 적립, 관광 활성화 등 해야할 일 많습니다. 그럴러면 농가도 더욱 바빠져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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