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에는 여러 가지 상황과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자연환경, 주거환경, 교육환경, 문화예술환경, 경제환경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살고 싶어 하며 또 실제로 이주해 오고 있다. 제주는 청정의 이미지를 가진 관광도시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것은 제주가 뿜어내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청정의 이미지를 잃어버린다면 제주의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다. 자본, 개발, 인구유입, 수입재정의 증가, 경제성장 등 모두가 청정 이미지 그 다음의 이야기이다.
청정 이미지와 함께 제주 특유의 주거 형태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요즘 제주의 돌담집은 매물이 없어 팔지 못한다고들 한다.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초가집이어서가 아니라 돌담집이어서 수요가 많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제주적인 주거형태는 초가집이 아니라 돌담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옥마을 조성에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구 도심재생사업이든 신도시 개발이든 지붕개량사업이든 우리가 현재 노력한다면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 바로 제주 돌담집이라는 것이다. 우리 발에 치이는 그 흔한 제주 현무암들의 가치를 깨달았으면 한다. 세계 곳곳의 주거문화가 다 모여 있는 곳이 제주라면 그것은 더 이상 제주가 아니다.
교육환경은 역시 이주에 중요한 요소이다. 국제학교가 있지만 서민들이 가까이 하기엔 높은 곳에 있다. 민족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 세계교육의 방향과는 정 반대방향의 정책을 실천으로 보여준 나라가 있다. 500만 인구, 700년의 식민지 지배, 독립과 내란을 거치며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민족의 생존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의 힘을 모았던 나라, 핀란드다. 핀란드는 의회 안에 미래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미래위원회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민족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핀란드 의회의 핵심위원회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나라를 위한 결정은 제일 먼저 교육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핀란드를 만든 것이다. 독립적 교육 시스템이 가능하다면, 또는 핀란드 교육 시스템처럼 그 어떤 교육모델을 기꺼이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 시간과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보다 사람다움이 살아있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간을 제주청소년들에게 줘야 할 것이다.
이주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현지인들의 정서와 문화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제주인의 사회통합의지는 멀고도 험한 길에 놓여 있다. 제주는 4·3사건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용서와 화해가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4·3의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는 한 사회통합은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주민들이 바라보는 제주의 갈등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다. 2년차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인은 말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세워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이다. 필자부터 반성케 하는 말이다. 또 다른 사회통합의 의지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 바로 선거이다. 선거 때 원수는 영원한 원수라는 말이 실상이 됐다. 줄서기가 유일한 통로인 사회에 살고 있다면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자 하는 개인과 공동체에게 절망만을 안겨다 줄 뿐이다. 많은 분쟁과 트라우마를 가진 제주사회에 관용과 용서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각기 다른 악기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집단인 오케스트라의 대표적 지향점은 하모니(Harmony)이다. 한 두 사람의 뛰어난 사고보다 모두의 깊이 있는 사고를 가진 오케스트라가 조화와 균형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홍정호 모던아츠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