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컴퓨터게임에 중독된 아이

[하루를 시작하며]컴퓨터게임에 중독된 아이
  • 입력 : 2013. 08.08(목)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최근에 한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중학생인 아들이 컴퓨터게임 중독에 빠져서 격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아이를 맡아주면 안되겠냐고 묻습니다. 민박비를 받으면서 일도 시키라고 합니다. 고생을 해야 한다고. 그 말을 듣고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첫째, 격리나 고생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사는 둥구나무가 외지기는 하지만 40~50분만 걸으면 표선면에 닿습니다. 그곳에는 피시방이 여럿 있고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치료를 해야 할 텐데 엉뚱한 처방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컴퓨터게임에 중독된 것이 아이만의 잘못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친구의 부부는 맞벌이를 합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오랫동안 방치되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고, 즐거움을 찾을 만한 게 무엇일까요? 그런데 아이의 치유를 내게 부탁합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너나 아내가 아이와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지 않겠니"하고요. "그러면 일은 어떻게 하고? 그 녀석을 위해서 돈을 버는 건데"합니다.

나로서는 그 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데 아빠는 보수를 받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애써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지라 더 의아스럽습니다. 친구는 분당에 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부부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셋째, 작년에 만나본 아이는 고운 심성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힘들겠지만 다른 즐거움을 가르쳐준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은 증상만 완화시킬 수 있는 기간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요. 지난해에 아이를 두고 가라할 때는 그냥 데려가더니만 상태가 더 나빠진 모양입니다.

넷째, 친구는 아이에게 매일같이 그림을 한 장씩 그리도록 합니다. 지난해 여름에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서 그림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지요. 그래서 아이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지난 겨울에 친구의 집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매일 그림을 그리기는 하는데 아이가 좋아서, 아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게 아닙니다. 친구가 그림도감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걸 집어주면서 그리라고 합니다. 그림을 그릴 동안에는 컴퓨터게임을 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숙제를 내주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컴퓨터게임이 꽉 차 있는 아이에게 밀레나 고흐의 그림이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어쨌거나 혼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정희씨, 다향이랑 함께 사는 만큼 두 사람의 의견이 중요하지요. 저녁에 가족회의를 했는데 다향이가 반대합니다. 첫째, 남학생이 집에 오면 자신이 불편하고, 둘째, 아빠가 한 달 동안 애써봤자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게임에 빠질 테니 그만두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건이 부결되었습니다. 다향이가 반대만 한 게 아니라 대책까지 내놓았습니다.

"아빠,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2학기부터라도 (변산)공동체에 보내라고 해. 공동체에도 게임중독으로 온 애들이 있는데 저녁만 먹으면 자."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땀 흘리며 일하다 보면 게임 같은 것에 신경쓸 틈이 없으니까요.

"요즘 애들은 놀 줄도 몰라. 나 어릴 때만 해도 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놀았는데 매일 컴퓨터게임이나 하니"라는 어른들을 보면 묻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이 실컷 놀도록 내버려둔 일이 있으신지요?" <오성근 작가·둥구나무 찻집&민박 대표>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3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