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짐이 힘이 되는 삶

[하루를 시작하며]짐이 힘이 되는 삶
  • 입력 : 2013. 08.22(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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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이라는 소리가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온 지 한참이나 됐습니다. 불볕더위가 대지를 태우니 논밭에 푸르게 싹이 트고 자라던 채소와 열매 같은 농작물이 타들어 가거나 말라죽고 또 시들어 사라져 갑니다. 이 모습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러할 것 같습니다.

한 두 시간 소나기라도 퍼부어 주었으면 좋으련만. 삶터며 일터가 타들어가는 현장에서 허수아비처럼 힘을 잃고 서있는 농부의 모습이 처량해 덩달아 가슴이 아파옵니다.

아침이 밝아옵니다. 새벽잠을 잊은 바보상자에선 오늘도 무더위는 계속 될 거라는 보도에 속상한 마음은 짜증을 접수하고 말았습니다.

요즘 들어 농사지을 땅 한 평도 없는 내가 간절히 절대자를 향해 이 땅에 비 좀 내려주십사 하고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앞집에선 아침마다 식구들을 깨우는 아줌마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는 찬송가 노랫소리가 들리고 이 땅에 비를 내려주시옵길 간구하는 아저씨의 기도 소리도 들립니다.

누구라도 그러겠지만 요즘에 와서 착한 농부들 마음이 사막처럼 변해가고 그들의 울부짖는 아우성이 점점 거칠어졌습니다. 마을마다 정성들여 기우제를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감 한 비소식은 그들에게 키보다 높은 허탈탑을 쌓게 했습니다.

올해는 추석과 함께 찾아오는 풍요로움도 여유와 낭만도 뿌연 안개에 휘둘린 채 기력을 찾기 힘들까 걱정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농부들 마음처럼 편치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착하고 부지런한 농부들 곁을 지키며 삶의 힘과 용기를 안겨 주리라 믿습니다. 자연은 땅이 있어 행복하고 또 이 위기를 벗어나면 살아 있음이 더 행복함을 일깨워줄 것입니다. 삶은 짐이 아니라 힘이라는 메시지가 감사와 사랑의 바구니를 나눠줍니다.

올 여름도 꼭꼭 숨었다가 붙잡힌 암 세포는 나로 하여금 또 다시 수술대로 올라가게 했습니다. 최초에 유방암에서 전이된 암세포가 이번에는 오른쪽 폐에 착상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전혀 뜻하지 않게 세 번째 암수술을 했습니다. 여러 번 당하는 일이기에 수술대를 오르내리면서도 무덤덤한 마음이었습니다.

엊그제였습니다. 암 환우의 암 극복 사례를 듣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의 삶을 살고 있어 참 반가웠습니다.

암은 나와 함께 영원히 동행해야만 하는 여간 부담스러운 친구지만 생이 다하는 날까지 삶의 길 멈추지 말고 서로 위로하며 걸어가야만 합니다.

암은 내 삶을 앗아 갈 수도 있는 매우 공포스런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짐으로 인해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큰 힘을 얻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벌써 몇 해 전부터 인생 가을 여인 무리 속에 합류하고 보니 깨달음의 농도가 새로운 맛을 더해줍니다.

더 리드미컬하고, 더 예쁘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비록 아주 작은 것이라도 베풀고 나누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북녘 하늘 아래에서 굶주림에 허기진 고통 속에 겨우 생명을 부지해 살아가고 있는 동포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내 마음 풍선에 매달아 북쪽 하늘로 띄워 보냅니다.

밤을 밝히는 내 귀에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와 여치가 밤의 적막을 깨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노랫소리 가냘프고 구슬프게 울어 젖힙니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습니다.

불볕더위에 지치고 얼룩진 몸과 마음의 짐을 훌훌 털고, 몸과 마음에 힘을 길러서 즐겁고 씩씩한 사랑의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조옥순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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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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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이 2013.08.28 (10:38:58)삭제
가슴이 찡 하네요.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사는것 같아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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