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사람들-나눔이 미래다](36)반딧불이 동행

[따뜻한사람들-나눔이 미래다](36)반딧불이 동행
수년째 장애인과 즐거운 동행
  • 입력 : 2013. 10.31(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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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나들이 도우미 단체인 '반딧불이 동행'은 제주에 여행온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돼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지난 15일 제주로 신혼여행을 온 경북지역 장애인 부부들과 함께 한 컷.

몸 불편한 도민·여행객의 손과 발 노릇
관광지의 부족한 장애인시설은 아쉬워

"몸이 불편해 혼자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도 여행이나 나들이는 기다려지고 마음 들뜨는 일이다. 그들의 곁에서 눈과 발이 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이 크다."

장애인 나들이 도우미 단체인 '반딧불이 동행'(회장 김용하)은 제주를 찾는 장애인 여행객이나 도내 장애인들의 나들이에 동행해 그들의 든든한 손과 발 역할을 지원하는 단체다. 반딧불이처럼 눈에 자주 띄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드러내지 않고 장애인들에게 작은 불빛이 되자는 취지에서 2004년 창립됐다. 현재 회원은 40대부터 60대까지 39명. 회원들은 직장인에서부터 전업주부, 사업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 활동하고 있다.

창립 초반에는 양로원 등 복지시설에서 남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목욕 봉사에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남자 봉사자들이 적었다. 그러다 제주여행에 나서는 장애인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2010년부터는 장애인들의 나들이 지원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장애인 여행객의 지원 의뢰는 대부분 제주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들어오는데, 제주를 찾는 장애인들이 부쩍 증가하면서 주중·주말 가릴 것 없이 봉사현장으로 나가는 날이 많아졌다.

장애인들과의 동행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면서 바짝 긴장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지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 안내 매뉴얼이 없다 보니 많은 경험을 통해서 터득할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인들과 동행할 때는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를 계속 얘기해 주면서 이동해야 하고, 지적장애인들과 다닐 적엔 돌발행동 등에 대비해 꼭 손을 잡고 다닌다.

가장 어려운 점은 휠체어 이용자들을 안거나 업어서 차량에서 안전하게 내리고 태우는 일이다. 하지만 제주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장애인들이 건네는 "덕분에 제주여행이 즐겁고 편안했다"는 말 한 마디나 감사 편지에 긴장과 피로감은 저만치 달아난다.

반딧불이 동행은 장애인 나들이 지원 외에 정기적으로 매주 한 차례 탐라장애인복지관 목욕탕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욕 봉사도 하고 있다.

주말 자원봉사에는 자녀들과 동행하는 회원들도 더러 있다. 청소년들이 몸이 불편한 또래 장애인들의 이동을 도와주면서 일상생활에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는 등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고 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장애인들을 위한 경사로조차 없는 곳이 있어 부끄러울 정도라는 김용하 회장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계단에 맞닥뜨려 계획했던 관람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봉사는 누굴 위해서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한 저축이라고 생각한다. 봉사의 횟수가 늘어나는만큼 즐거움도 배가된다"는 김 회장과 회원들의 장애인과의 동행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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