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만리 제주밭담](15)세계농업유산 등재 동향

[흑룡만리 제주밭담](15)세계농업유산 등재 동향
"농업유산 보전·활용 농민과 함께해야" 한목소리
  • 입력 : 2013. 12.04(수) 00:00
  • /강시영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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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농업유산 등재 "끝이 아닌 시작"… 실천계획 중요
FAO 관계자·전문가, 지역주민과의 공감대 형성 강조
정부·제주도 지역협의회 구성 등 도민 참여 적극 유도

제주밭담은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될 수 있을까. 예상보다는 더디지만 가능성은 여전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관계자와 농업유산 전문가들이 제주밭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어 기대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농업유산 등재 경험이 없는 한국으로선 더욱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내년 상반기 등재를 목표로 힘을 모을 계획이다.

▶세계농업유산 등재 추진 과정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는 지난 3월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제주 세계농업유산 등재 TF팀이 중심이 돼 밭담을 알리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난 5월말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개최된 FAO 세계농업유산 국제회의와 한·중·일 농업유산 워크숍은 제주밭담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 시점은 올해 연말로 점쳐졌었다. 특히 FAO 현지 실사에서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 등재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음에 따라 조만간 등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6월 초 일본 세계농업유산 국제회의 이후 제주를 방문한 코하프칸 세계농업기금 의장은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자격이 충분하다. 다섯 가지 영역(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연내 등재에 무게가 실렸지만 제주밭담의 도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등재지역이 정해질 것이라던 세계농업유산 발리총회가 미뤄진 것도 변수였다. 내년 2월 발리에서 세계농업유산 총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그에 발맞춰 준비를 해 조속한 등재를 이끌어낼 것을 목표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제주밭담의 액션플랜을 보완해 다시 전달하는 것이다. 제주밭담의 경우 등재 조건을 충족한다는 평가는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액션플랜(실천계획)이 얼마나 잘 짜여있는지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GIAHS 사무국 코디네이터 에노모토씨가 아·태지역 세계농업유산 전담 공무원들에게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농업유산 보존·활용에 농민 주체 돼야

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오리엔테이션 워크숍에서도 FAO 관계자와 농업유산 전문가 등은 입 모아 '액션플랜(실천계획)'을 강조했다. 세계농업유산 등재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도 나왔다. 등재 이후에 농업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핵심은 '사람'이다. 행정 중심으로 진행할 게 아니라 행정, 농업인 등이 함께 움직이며 지역의 농업문화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농업유산 보존과 활용이란 공감대를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농업유산 사무국 코디네이터 에노모토 씨는 "지역의 농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행정 중심이 아니라 농업 주체들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유산 전문가들도 지역주민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등재 이후에 후속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힘든 까닭이다. 일본 유엔대학의 나카타 교수는 세계농업유산이란 브랜드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와 교육 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주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기 힘들다"며 "일단 지역주민들이 세계농업유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제주밭담의 액션플랜을 보완해 FAO 세계농업유산 사무국에 재전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FAO 관계자와 전문가 등의 조언에 따라 지역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도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 등이 담긴다. 또한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일본의 노토와 사토 지역의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참고해 국가농업유산인 제주밭담과 청산도 구들장논의 연계프로그램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워크숍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은 FAO 관계자들과의 비공식 면담을 마련해 세계농업유산 등재 절차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인적네트워크 활용도 관건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그동안 세계농업유산 관련 국제회의에 참가하며 맺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등재 과정의 노하우를 배우는데도 집중할 계획이다. 이번 태국 워크숍에도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가농업유산인 제주밭담과 청산도 구들장논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은 코하프칸 의장과 에노모토 코디네이터 등 FAO 관계자들과의 비공식 면담을 마련해 한국의 등재 신청서가 조속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6월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개발과 민동명 사무관은 "제주밭담과 청산도 구들장논이 빠른 시일 내에 등재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액션플랜(실행계획)을 보완해 FAO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두 지역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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