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64)서귀포시 중앙동 '영시식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64)서귀포시 중앙동 '영시식당'
"돼지고기엔 오겹살만 있는 것이 아니죠"
  • 입력 : 2013. 12.27(금) 00:00
  • 이현숙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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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중앙동주민센터 옆에 있는 영시식당에 가면 '돗추렴'을 추억할 수 있다. 사진은 돼지고기의 특수부위를 갖가지 밑찬으로 만들어 차린 한 상. 강경민기자

돌하르방 닮은 주인장 마음 깃든 '착한 가게'
갈매기살·볼따귀살·간썸 등 특수부위 판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고 설날도 한달여를 앞두고 있다. 요즘엔 명절을 앞두고 함부로 '추렴'을 할 수 없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제주에서는 '추렴문화'가 오랜 풍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혼례나 상례 등 집안의 '큰 일'이 있으면 마을사람들이 십시일반 거들어 돼지 잡아 나눠 먹는 '돗추렴'을 했는데 생선이나 어패류 이외에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기 힘들었던 제주사람들이 귀한 돼지고기를 온 마을사람들이 알뜰하게 나눠먹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추렴하는 날이 되면 평소에 보기힘든 돼지의 간 등 내장과 특수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지금은 제대로 추렴을 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만큼 '특수부위'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서귀포시 중앙동주민센터 옆에 있는 영시식당(대표 박순전)에 가면 '돗추렴'을 추억할 수 있다. 그래선지 이곳은 동네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음식점이다.

지난 1978년부터 음식점을 해오고 있는 박순전(64)대표는 결혼후 얼마되지 않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43년째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살아왔다. 젊은 시절부터 불우학생 2명에 학비를 대주고 혼자사는 노인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선행은 이미 30여년전 신문에 소개될 정도였다.

현 위치에서 식당을 한 지는 7년째를 맞고 있지만 그의 선행은 지금도 이어져 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 장용재(43)씨도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나눔을 실천하는 '착한가게 347호점'으로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인심좋은 아주머니가 하시는 '동네 고깃집'이다. 푸근한 주인장의 성품 때문에 감귤농사를 하지 않는데도 겨울철에는 맛있는 감귤을 테이블마다 놓아 손님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이곳에 가면 서비스로 '돼지 간'과 '새끼보'가 접시에 담겨져 나온다.

▲박순전 영시식당 대표

그의 지론은 '식당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가 밥을 같이 먹는 식구'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 주고 싶고, 다 나눠주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푸근하고 넉넉한 박 대표의 인상은 자천타천 '돌하르방'과 닮았다. "인상이 돌하르방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래서 '돌할망'이라고 부르라고 하죠. 언젠가는 산타 옷을 입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산타할망'을 꼭 해보려고 합니다."

어려운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지 그의 입에는 늘 "밥 먹엉 갑서(식사하고 가세요)"가 달려있다. 그래서 식당에 찾아온 이들에게 따뜻한 밥한끼 주는 것이 소박한 삶의 희망인 셈이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은 모두 제주의 토속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우거지묵은지볶음'은 묵은지를 잘 씻어내고 멸치와 함께 볶아낸 것이다. 손님들이 부탁해 조금씩 나눠줄 정도로 장년층의 입맛을 당긴다. 콩나물무침과 김치, 물김치, 호박무침, 콩자반, 나물무침, 무채 등은 일반 식당에서도 비슷하지만 잘 익은 콩잎장아찌를 한장 걷어 고기를 둘둘 말아 싸먹으면 특별한 식감이 입안을 감돈다.

서비스로 나오는 신선한 돼지간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돼지간은 신선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어요. 도축이 이뤄지는 어음리에서 매일 공수해오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간과 함께 나오는 '새끼보'에는 콜라겐이 아주 많아요." 이것들은 도축이 이뤄지지 않는 날에는 상에 낼 수 없다.

이곳에서는 돼지고기의 특수부위의 다양함에 놀라고 그 맛에 놀란다. 갈비옆에 붙어있어 쫄깃한 맛이 일품인 '갈매기살', 옅은 분홍빛이 도는 돼지 목덜미 부분에 있는 '항정살', 얼굴부분인 '볼따귀살', 간 옆에 있는 '간썸', 어르신들에게 추억의 맛으로 기억되는 '혀구이' 등은 돼지고기이면서도 기름기가 적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면서 포만감을 느낄 때쯤 된장찌개가 나온다. 된장찌개도 특수부위고기가 들어가 특별한 맛이다. 큼직큼직 썰어놓은 두부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토속적 엄마의 손맛을 느끼면서 '단언컨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맛은 '재료' '장맛' '서비스'가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장의 마음'이라고. 특수부위세트는 1인분(200g)에 1만3000원. 연중 무휴.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밤 11시. 문의 763-9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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