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함께뛰자! 희망제주!]보행자 중심 교통정책

[신년특집/함께뛰자! 희망제주!]보행자 중심 교통정책
차보다는 사람 중심 정책 돼야
  • 입력 : 2014. 01.01(수) 00:00
  • 강봄 기자 b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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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차량 위주의 교통정책으로 보행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한라일보 DB

차량 증가로 운전자 중심의 시설확충에 주력
한 편에선 보행자 사고 속출… 올해만 973건

제주시 노형동 중흥S클래스(노형골프장, 부영2차 아파트) 앞 4가. 최근 이 교차로에서는 우회전 차로를 신설하는 등 공사가 한창이다.

제주시는 올해 2월까지 이곳을 비롯해 제주우편집중국~동산주유소 앞 교차로, 연북로 보건소 입구 4가, 연동 롯데시티호텔 앞 교차로 등 4곳에 총 사업비 8억5000만원을 들여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교통섬 설치, 신호등 위치 조정, 횡단보도 이설 및 좌·우회전 차로를 신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는 교차로 부근의 인도를 파헤치고 인도폭을 절반 이상 줄여 버렸다. 인도가 사라진 곳에는 대신 우회전 차량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차로를 넓혀 눈총을 사고 있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라는 이유다. 교통사고가 잦다고 하지만 최근 3년간 이 곳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5건에 불과하다.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만 8명이다.

시는 사업이 완료되면 이들 교차로의 교통흐름이 원활해지고, 사고 발생이 줄어 보행자 보호 강화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선사업에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곳은 인근에 한라초·중학교, 제주고등학교, 한라대학교, 한라수목원, 넥슨컴퓨터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어 차량 뿐만이 아니라 학생과 시민들의 발걸음도 잦다. 멀쩡한 인도를 잘라내 차량들에게 '양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규정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도가 수두룩하다. 국토교통부령인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보도의 유효폭은 최소 2m 이상이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도 1.5m를 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 주변을 따라 설치된 인도폭의 상당수가 이같은 규정에 모자라다. 도시개발지역 또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위해 인도를 줄이고 도로를 넓히고 있다. 실제 제주시 이도2지구 도시개발지구 내 주요 도로변에는 인도가 좁거나 인도를 줄여버리는 일이 빈번한 실정이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셈이다. 지금까지 행정당국이 보여준 모습이다. 이는 차량등록대수가 급증하면서 극심한 도로 정체가 이어지자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그만큼 차량 중심의 정책이 우선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행정당국의 이같은 행보로 보행자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2013년 12월17일 현재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인 보행자 사고는 모두 973건이다. 이 가운데 39명이 숨지고 973명이 부상 당했다. 전년도보다 늘었다. 이에 따라 보행자 안전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은 '거꾸로'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하면 새로 안전시설을 설치하거나 기존 시설을 보강하고, 온갖 교통안전 표지판을 세우기 바쁘다. 이에 반해 보행자들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인도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기 그지 없다. 도로를 신설한다는 얘기는 들릴지언정 인도를 새로 조성한다는 말은 쉽게 듣지 못한다. 도로 확장처럼 인도를 확장한다는 얘기도 없다.

더구나 멀쩡한 인도에 버스정류소 등 다른 시설물을 설치하고, 좁디 좁은 인도에 또다시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보행자들을 위한 표지판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 시민은 "교통표지판처럼 '어느 지점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다', '이 곳에서 얼마쯤 가면 교차로가 나온다' 등등의 표지판을 설치해줬으면 좋겠다"며 "길을 걷는 시민들은 무작정 걷고 또 걸어서 자신이 알아서 제 갈길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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