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취임 후 1년이 훌쩍 지나고 처음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기자회견의 모양만을 갖춘 올 한 해의 나라살림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기자회견 전에 기자들에게 나누어준 A4용지 4장의 질문지에는 '<박근혜 대통령 신년 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 질문지'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각 언론사 별 질문내용이 적혀 있어서 출입기자들이 사전에 질문내용을 숙지하도록 배려(?)하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가 신년 계획을 세우듯 대한민국의 신년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서 한사람의 국민으로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질문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즉석에서 대답하는 것처럼 조금은 더듬는 모습이 진짜(?) 기자회견인 것 같았다.
사람에 따라서 느낌이 조금 다르겠지만 평소 서민을 소중하게 여기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역시 평소의 모습처럼 구체적인 대답은 들을 수 없었고 공공부문의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발언만이 기억이 날 뿐이다. 소통 부재에 대한 질문에도 노력하겠다는 대답과 함께 원칙을 어기면 소통하지 않겠다는 날선 대답으로 일관했고 결국 서민들에게는 올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암시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으며 정부시책에 따르는 사람들의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처럼 느껴졌다. 이 또한 나만의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대통령이 일부 국민만의 대통령으로 느껴진다면 되겠는가 말이다.
대통령의 국정계획 발표를 들으면서 거기에서 서민으로서 희망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 큰 욕심이었을까? 아직도 그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기자회견에서 시간관계상 발표하지 못한 구체적인 국정 운영 계획 속에 우리가 원하는 희망이 포함됐으면 좋겠다. 특히 제주사람으로서 4·3의 국가 추념일 지정과 추도식 참석이 대통령의 구체적인 계획 속에 포함됐으면 하며 대학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국민으로서 반값 등록금 실현이 구체적인 계획 속에 포함되기를 바란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계획이 수립되길 기대하며 한·중FTA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농어촌에 희망적인 정책을 내 놓을 계획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도권과 지방의 생활, 경제, 문화의 차별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계획도 수립됐으면 좋겠다. 무역경제규모 세계 8위의 흑자경제 국가의 국민으로서 그 어떤 혜택도 느껴보지 못한 서민들이 올해는 그 혜택을 온몸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정책이 계획됐으면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경제 인프라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개혁, 또는 경영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재벌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채워주는 일이 없이 국민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수립하는 계획이 세워졌으면 하고 바란다.
개인의 신년계획과 달리 대통령의 신년계획은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계획이어야 한다. 국가가 곧 국민이기 때문에 국가의 계획은 국민의 계획이기 때문이고 모든 국민의 계획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신년 계획은 개인의 계획과 달리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아프고 우울하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의 신년계획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2014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신년 국정운영 계획에는 국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담겼는지 궁금할 뿐이다. <양용진 요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