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름모루는 제주사람들의 바람과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진=이현숙기자
'신화의 정원' '굼부리' 등 곳곳 제주 색채 만연감귤밭·돌담·공원 오밀조밀 이어진 1.5km 코스
순백의 자태를 뽐내는 눈쌓인 한라산의 풍광을 매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계절이 주는 선물이다. 그 눈쌓인 한라산을 등지고 범섬을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원과 길이 만들어져 새로운 명소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서귀포시 신시가지 동측에 조성중인 제주혁신도시에 조성된 'ㅂ(아래아)름모루(바람모루) 올레'. 이곳은 제주의 바람과 감귤밭, 돌담, 올레길을 품고 있어 도심에 있지만 제주의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는 '보물'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에 조성된 혁신도시 가운데 첫 삽을 뜨고 가장 먼저 완공된 제주혁신도시에는 최근 공공기관 이전이 속속 이뤄지고 있고 공동주택 단지도 완공돼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바람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ㅂ(아래아)름 모루'올레와 다양한 공원이 마련된 것은 아직 모르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이곳은 외돌개에서 월평포구까지 서귀포해안을 잇는 제주올레 7코스와 고근산을 거쳐 월드컵경기장에 이르는 7-1코스를 잇는 새로운 올레코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곳은 제주의 감귤밭, 돌담, 삼나무방풍림까지 품고 있다. 제주사람들이 바람과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품고 있는 셈이다. 이땅의 문화적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 99개의 뜰은 공원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큰 공원으로 자리잡는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정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법환포구에서 고근산까지 보면 5km에 이른다. 북쪽의 고근산, 한라산, 남측의 해안선과 범섬까지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서귀포혁신도시와 서귀포시의 경관을 잇는 새로운 길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또 소담스러운 귤밭과 삼나무길, 바람결에 날리는 억새밭, 폭낭쉼터, 정겨운 돌담길, 유채꽃, 범섬과 해안선, 고근산과 한라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이 길은 고근산~서귀포해안의 축선상에 놓여지는 공원의 중심보행로로 총 연장 1.5km에 이른다. 이 구간동안 신화적 이미지를 연출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지형특성에 따라 구간을 구분해 귤밭, 돌담, 삼나무를 존치해 '향토자원을 활용한 길' 둔덕형 소로가 이어지는 '땅의 생김새를 잇는 길' 저류지·왕벚나무길이 이어지는 '제주숲경관이 펼쳐지는 길'로 이어진다.
어찌보면 혁신도시 중심부를 잇는 1.5km의 중앙공원은 기존 땅의 패턴을 따라 만들어지는 99개의 작은 정원들로 하나의 공원을 이룬다. 중산간도로변에 있는 공원은 설문대 할망의 설화를 서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제주들꽃정원, 바람의 언덕, 굼부리 등 제주의 독특한 자연이미지를 연출하고 있고 제주를 연상시키는 상징색, 거칠고 푸석푸석한 제주의 질감이 통일적으로 이어진다.
광장을 시작해 오르막으로 시작해도 좋고 '신화의 정원'에서 내리막으로 출발해도 된다. 중산간도로변에 있는 공원에서 출발해 '신화의 방'을 먼저 밟았다면 곶자왈쉼터~터무늬원~사색의정원~터무늬원 쉼터~귤수확체험원~감귤주말농원~귤전시정원~제주들꽃정원~굼부리~기억의 정원~바람모루 길~전망테크~휘트니스코트~잔디광장~모루광장으로 이어진다. 신화의방은 제주의 설문대할망 설화를 테마화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신화의 정원'은 연속되는 신화가 시작되는 공간인 셈이다. 동측 입구 맞은편으로 놓여진 거대한 설문대할망의 상징벽이 조성되어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에는 붉은 화산송이가 깔려 걸을때마다 '사그락사그락'소리를 내는 길은 발에 닿는 촉감이 참 좋다. 제주의 돌담문화를 보여주는 돌담길 1855m는 기존에 있던 밭담과 과수원을 둘러쌓던 돌담에 대해 부분적 보완을 통해 활용돼 자연적 모습을 더욱 높이고 있다.
'터무늬원'은 검은흙과 작물이 대비를 이루는 제주의 밭을 형상화한 정원이다. 작은 길을 따라 화산송이를 깔아놓고 드문드문 삼나무와 팽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산책중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포켓형 휴식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
기존 감귤밭을 활용한 '감귤체험원'은 감귤의 성장과정을 관찰하고 수확을 체험하는 곳으로 조성됐다.
'폭낭쉼터'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겨울하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푸른빛이 강하다. 제주어로 팽나무를 의미하는 '폭낭'은 마을마다 넓은 거목 밑에 돌을 쌓아 단을만들어 마을 공동의 쉼터로 활용하는 상징적이며,익숙한 공간이다. 쉼터 돌담너머 화단에는 꽃댕강, 털머위, 비비추 등이 소담스럽게 심어져 있다.
'굼부리'는 제주의 굼부리를 형상화한 집수연못. '흙의 정원'에는 넓게 화산송이가 깔려있고 제주오름을 형상화한 조형요소가 조성되어 있다.
곳곳에는 방사탑과 휴게공간이 조성돼 있고 어린이들이 놀수 있는 형형색색의 놀이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만들어진 '수목도감길'은 생태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식물에 대한 학습과 관찰이 가능하도록 목재데크로 포장된 길을 따라 수목의 일부형태를 탁본으로 뜰 수 있는 탁본 체험대가 있고 이름표가 잘 붙여져 있다.
공원의 남측 입구에 있는 '기원의 길'은 '공원의 완성''제주와 혁신도시의 미래' '개인의 소망'등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길을 따라 기원의 석탑이 놓이고 방문객들이 돌쌓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주변의 어린이공원들은 제주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는 놀이공간이다. 세 개의 어린이 공원은 제주의 대표적인 자연요소인 바람과 오름,문화요소인 돌담을 테마로 만들어졌다.
이 길은 아직은 '미완성'인 길일지 모른다. 그래서 아직은 찾는 이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걷기'를 즐기는 시민들이나 서귀포의 해안풍광과 고근산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어보려는 여행객들이라면 찾아볼만한 길이다.
공원에 있는 방사탑.
산책로에 조성된 '약속의방' 벤치
'신화의 방'에서 바라본 서귀포시 해안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