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 65.3m의 부담없는 탐방路로 도민·관광객에 인기
정상에선 탁 트인 바다와 오밀조밀한 제주시내 한 눈에
찬 겨울을 헤치고 성질 급한 봄기운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入春)이 지난 4일이었고, 비 날씨가 그치면 봄은 더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설 것이다.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도두봉(道頭峰)을 찾아나선 날은 절정의 봄날처럼 따뜻했다. 택일 하나는 잘했다 싶었다.
제주시민의 생활터전 가까이에 있어 친근한 도두봉은 제주공항 바로 북서쪽 해안도로를 끼고 있는 오름으로 '섬의 머리'로 잘 알려져 있다. 도두동 사람들에겐 오랜 세월 기쁘고 즐거운 삶을 함께 해온 마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탐방로 입구는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쉽게 눈에 띈다. 표고 65.3m의 야트막한 도두봉은 부담없이 가볍게 오를 수 있는데다 전망도 일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상에 분화구가 없는 원추형 기생화산으로, 숫오름(雄峰)이다.
쉬엄쉬엄 올라가도 소나무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정상까지는 금세다. 탐방로에서도 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지만 정상에 닿자마자 제주의 깊고 푸른 바다가 와락 달려든다. 시선을 사방으로 옮겨놓는 동안 연인들에게 산책코스로 사랑받고, 낚시꾼들도 몰려드는 도두항 방파제와 제주시내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바다를 지척에 끼고 사는 제주섬 사람들도 반하는 풍경인데, 관광객들에겐 오죽하랴. 가족인듯 보이는 내국인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저마다 탄성을 내지른다. "바다 빛깔이 어쩜 이리 고울까? 담아가고 싶네!"라는 얘기가 곁에서 들린다. 평소엔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한라산이 올려다 보이는데, 이 날은 살짝 구름이 끼면서 아쉽게도 선명한 한라산을 감상하는 일은 접어야 했다.
쉽게 오른 오름인데 금세 내려가는 게 아쉽지 않을 리 없다. 다행히도 정상에는 바다를 조망하기에 딱인 의자가 곳곳에 놓여 탐방객을 기다린다.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도 보인다.
도두봉 정상에는 조선시대 위급을 알리던 도원(道圓) 봉수대가 있었다. 동쪽으로 사라봉수대, 서쪽으로 수산봉수대와 교신했다.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위급상황을 전했는데 평시에는 한 번, 적선이 나타나면 두 번, 해안에 접근하면 세 번, 상륙하거나 해상 접전시엔 네 번, 상륙해 접전하면 다섯 번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도두봉을 내려오는데 중턱에는 체육공원과 마을 공동묘지였던 듯 여러개의 무덤들과 체육공원이 있다.
짧은 도두봉 탐방이 못내 아쉽다면, 바닷내음을 더욱 깊숙이 들이마시고 싶다면 도두봉에서 용두암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트레킹을 권한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인도를 따라 걸을 수 있어 제주바다를 눈으로 귀로 속속들이 만끽할 수 있다.
용두암 해안도로는 제주올레 17코스의 경유지이기도 한데 곳곳에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의자, 마을주민들이 2009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희망프로젝트 사업으로 만든 5기의 방사탑 도 만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또 카페촌과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즐비한 해안도로를 따라걷노라면 시나브로 다가오는 봄 향기가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실려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