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역사현장 일제전적지를 가다](147)알뜨르비행장 보존.활용 어떻게

[고난의 역사현장 일제전적지를 가다](147)알뜨르비행장 보존.활용 어떻게
다양성·집중도·규모에서 세계적으로 으뜸인 전쟁유적
  • 입력 : 2014. 02.12(수) 00:00
  • 이윤형기자 yh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격납고 등 등록문화재가 모여 있는 알뜨르비행장 일대는 태평양전쟁 시기의 다양한 유산이 집중돼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근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 워크숍을 겸해 개최한 보고회에서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승철기자

일본 군함도·가미가제 자살특공기지 등 세계유산 추진
중국 731부대 터 후보로… 문화재청·제주도 적극 나서야

알뜨르비행장 일대에는 등록문화재 8곳이 모여 있을 정도로 태평양전쟁 시기의 다양한 유산이 대규모로 집중돼 있는 곳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알뜨르비행장 일대 등록문화재 일제 군사시설 정밀조사 및 기록화 작업을 지난해 6월말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에서는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 주관으로 연구진과 일본측 전문가 및 자문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겸한 보고회가 열렸다.

# 알뜨르비행장 일대 군사시설 실태·과제

연구진은 알뜨르비행장 일대 등록문화재 일제 군사시설의 정비ㆍ보존과 세계유산 추진 등 활용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20기(1기는 반파) 가운데 10기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나머지 10기는 비등록 상태이다. 고사포진지도 4기 가운데 셋알오름에 위치한 2기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이외에도 비등록 군사시설이 20여 기 정도에 이른다.

비등록 군사시설들은 대부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거의 방치되면서 훼손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비등록 격납고를 포함한 등록문화재 확대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등록문화재 등록 격납고인 경우 지금은 사라진 '남제주'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즉 '남제주비행기격납고' 대신 '알뜨르비행장격납고' 혹은 '제주도 알뜨르비행장격납고' 등 다른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국내외 세계유산 추진 사례

연구진은 이어 국내외 사례를 예로 들며 알뜨르비행장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공론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제의 잔재라는 부정적인 역사지만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 각국에 막대한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침략야욕을 보여주는 역사교훈현장으로 삼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격납고와 활주로, 지하벙커, 거대 지하호, 특공기지, 고사포진지 등 태평양전쟁 관련 시설의 다양성과 집중도, 규모면에서 세계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재 한국인과 중국인을 강제동원한 현장인 군함도와 나가사키 조선소 등 관련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나섰다. 또 최근에는 가미가제 자살특공기지인 지란특공평화회관 유서들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혀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 각국의 비판을 사고 있다.

중국정부는 일제의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 터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등록 후보에 올렸다. 2002년부터 하얼빈시가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해왔으나 계획을 변경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일제강점기 용산기지 일본군 막사ㆍ벙커 등을 대상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부정적인 역사이지만 외세침략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역사교훈현장으로 중요성을 감안 보존 및 잠정목록, 정식목록 등재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전문가 의견

이날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이혜은 동국대교수(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알뜨르비행장을 제주도의 중요유적으로 보존 활용해 나갈 것인지, 혹은 세계유산으로 가는게 어떤지 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보존 활용방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알뜨르비행장 등 제주도의 전쟁유산은 동아시아나 태평양지역 차원에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핀란드나 체코 등 유럽의 사례에서도 활용방안 등에 대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 차원에서도 일제 강점기의 군사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혀 제주특별자치도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김성명 국립제주박물관장은 "미등록 문화재를 포함한 정밀조사 및 기록화 작업 등이 필요하고 철저한 조사 이후에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형기자 yhlee@ihalla.com

일본 전쟁유적 전문가 츠카사키씨
"태평양전쟁 격납고 최대 밀집지… 한·미·중 등 연관 세계사적 의미"


일본의 전쟁유적 전문가인 츠카사키 마사유키(오사카부립텐리고교)씨는 이날 태평양전쟁과 관련된 일본군 격납고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 알뜨르비행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군이 건설하여 잔존하고 있는 격납고(유개엄체)의 10% 정도가 알뜨르비행장에 밀집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은 지바현 모바라 해군항공기지의 11기에 불과하다는 것.

츠카사키씨는 무엇보다 알뜨르비행장은 격납고를 비롯 활주로와 계류장, 콘크리트 벙커, 고사포진지, 거대 지하 방공호 등 다양한 유적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시기에 따라 복잡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며, 비행장 구축 발단이 중국에 대한 가해기지로써 있었다는 점, 중국과 한반도로부터 물적ㆍ인적 착취의 항로를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지였다는 점을 들었다.

기지나 지하 방공호 등의 건설ㆍ확장에 조선인들이 혹사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며, 제주도 주민뿐만 아니라 육지의 조선인과 조선인 병사가 많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츠카사키씨는 알뜨르비행장의 세계사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지적했다. 즉 알뜨르비행장은 조선인과 중국인에 대한 일본군의 가해시설이라는 점, 알뜨르비행장에서 이뤄진 최초의 난징 도양폭격 이후에 미군에 의한 B29 일본본토 폭격과 나아가 히로시마ㆍ나가사키의 원폭투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알뜨르비행장 일대의 다양한 유산들을 정비 공개하는 작업은 한중일 3개국의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혀 미래의 동아시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4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