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문화융성과 박물관의 평가지수

[하루를 시작하며]문화융성과 박물관의 평가지수
  • 입력 : 2014. 02.20(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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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핵심가치가 문화행복이다. 세상이 변한다 해도 아이와 어른이 함께 누려야 할 가치가 바로 행복한 삶이다. 특히 힘겨운 생계형 서민들에겐 절실한 가치이다. 하도 문화융성을 강조하다 보니, 그동안 우리는 문화복지와는 동떨어진 삶을 추구하며 살아온 게 분명한 듯하다. 교과서에서는 찬란한 문화를 가진 민족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정작 미래 세대를 위한 행복한 문화가치를 심어 주는 데는 소홀함이 많았다.

제주의 문화행복지수를 어떻게 평가할까. 딱 맞는 평가지표를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문화융성을 체감하며 문화융성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범정부적 차원의 '문화가 있는 날'을 시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공연장,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기관의 무료 또는 할인 관람, 야간개장, 문화프로그램을 확대 시행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만큼 도민들의 문화행복지수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 중에 하나가 박물관과 미술관의 정책이다. 제주도에는 등록된 공사립박물관이 70여 군데가 운영되고 있으며, 미등록된 관광지형 박물관까지 포함하면 100여개나 넘는다. 하지만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은 박물관의 천국에 맞는 내실 있는 운영과 거리가 먼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한 실정이다.

연초에 미국계 한 언론에서 제주의 개념없는 박물관들 간에 벌이는 문화전쟁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한 사례가 있었다. 박물관의 천국이라 했지만, 입장료 수익에만 전념하다 보니 업체끼리 벌이는 전쟁이 가관이라고 혹평한 것이다. 일부 사립박물관에서는 제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관광업계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공립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관람객수, 영화관의 입장객수, 문화기관의 수 등과 같은 양적인 지표보다는 문화공간의 확대개방, 지역예술인들의 프로그램 참여율, 문화복지 예산액, 문화예술분야의 일자리 창출, 편의시설 확충 등 도민과 관광객들의 실질적 문화복지를 체감할 있는 개관적인 평가지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

지난 2013년 7월에 제주특별자치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조례를 제정한 참뜻도 여기에 있다. 우후죽순 생기는 박물관 간판으로는 더 이상 제주자치도의 문화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문화융성과 문화복지를 위한 객관적인 평가 지표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과감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착시켜야 한다. 문화융성의 정책으로 무료 관람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관람객수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평가지표보다는 새롭고 모험적인 평가지표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융성과 문화복지를 수장했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열린 관광포럼에서 제주도의 박물관 운영 실태에 대해 쓴 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박물관 천국'이라 불리는 만큼 제주도에 인프라는 갖춰졌으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선 과감한 예산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했다. 그동안 도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 도민사회로부터 칭찬보다는 외면과 질타를 받아온 사례가 적지 않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조례의 제정으로 예산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수박물관으로 평가인증을 받기 위한 특단의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행정에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주관광과 보편적 문화 복지를 위해 헌신하는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해서는 선별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 발굴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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