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사진 찍는 그 여자 이정선씨

[제주愛 빠지다]사진 찍는 그 여자 이정선씨
"꿈꾸게 하는 제주는 도화지 같은 곳이죠"
  • 입력 : 2014. 03.14(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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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사진을 찍다 제주에 정착한 이정선씨는 눈에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는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고 말한다. 강경민기자

취미로 사진 찍다 아예 제주에 정착
눈에 안띄는 숨은 이야기 찾기 노력
올핸 사진으로 ‘봉사하는 해’로 삼아

가방에서 꺼내 보인 카메라는 그녀를 닮아 작고 아담했다. 어른 손바닥만한 '토이 카메라'였다. 장난감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언제든 쓸 수 있도록 그녀는 매일같이 카메라를 챙긴다. 순간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사진 찍는 그 여자', 이정선(33)씨의 얘기다.

이씨에게 사진은 오래된 취미다. 카메라를 처음 만난 건 스무살 초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할 무렵이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담기 시작한 게 재미가 붙었다. 알면 알수록 그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

"제가 찍은 사진으로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사진에 대해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일을 하며 야간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이씨가 말했다.

사진이란 제2의 전공을 살려 그녀는 사진기자로서의 삶을 살기도 했다. 한 잡지사에서 1년여 간 일했다. 그런 그녀가 제주에 오게 된 것도 온전히 사진 때문이었다.

"제주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꺼내볼 때면 마음이 동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곳에 살면서 구석구석을 앵글에 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1년에 2~3번 제주올레길을 찾았지만 짧은 여행으로는 갈증을 풀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2011년 제주에 정착했다.

그녀가 발견하는 제주의 아름다움은 남들과는 좀 다르다. 성산일출봉을 보더라도 분화구의 웅장함보다는 그곳에 숨은 풍경을 찾아 셔터를 누른다. 일출봉까지 오르는 길에 핀 들꽃, 분화구 근처에 자리잡고 메모를 하는 외국인의 뒷모습 등 작은 순간순간에 주목한다. 그렇게 건진 사진은 익숙한 듯 낯설다. 그게 바로 그녀만의 색깔이 됐다.

"눈에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녀요. 올레길을 걸을 땐 '보물찾기'하듯 소소한 것을 발견하도록 노력하죠. 남보다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할 순 없지만 남과는 다른 저만의 색깔이 담긴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제주에 온지 3년째. 그녀는 지금까지 네 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그 중 한 번은 서울에서 했다. 제주의 소소한 풍경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으로 다른 이들과 공감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여태껏 꿈꿔온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첫 전시회의 제목은 '꿈꾸는 제주도'였다.

"제주는 도화지 같은 곳이에요. 제가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줬죠. 제주에 와서 첫 전시회를 열었고, 그 작품으로 엽서와 달력을 만들어 여행객들에게 제주의 숨은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대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보기도 했죠. 제주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에요."

한 시간여의 인터뷰를 끝내고 이씨가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사진 찍는 것과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올 한 해는 사진으로 봉사하는 해로 정했거든요." 이씨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주라는 그녀의 도화지 위에 또 다른 꿈이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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