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 대항할 '마을 공화국'

국가폭력에 대항할 '마을 공화국'
더글러스 러미스의 '간디의 '위험한' 평화헌법'
  • 입력 : 2014. 06.0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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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은 전쟁과 독립운동으로 세계가 폭력에 휩싸이던 때였다. 이 시기에 인도는 비폭력 저항을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당시에 무적이라고 생각되던 대영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인도 독립 과정에서 폭력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지만 영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은 국민회의에 의한 비폭력 투쟁이었다.

그런데 독립을 쟁취한 인도에서 만들어진 헌법은 군사력을 인정하고 전쟁을 용인하는, 국가가 정당한 폭력을 독점하는 보통 국가의 헌법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비폭력을 제창했던 국민회의가 아무런 토론없이 비폭력이라는 근본 원칙을 방기했던 것은 아닐까. '간디의 '위험한'평화헌법'(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은 이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쓰여졌다.

간디의 헌법안에는 인도의 70만 개 마을 하나 하나가 독립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마을 공화국'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인도 국가는 그 마을 공화국들의 연합체가 된다는 완전히 새로운 국가 개념이었다. 이때 주권은 '인민'이라는 막연한 존재에 있는 게 아니라 보다 확실한 조직, 다름아닌 각각의 마을에 있게 된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이같은 안은 독립한 인도를 서구 근대국가를 모방해 현대적 산업국가로 만들려는 노력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위험한'것으로 여겨졌다. 국가에 관한 기본상식을 뒤엎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현가능한 이상향이라는 점에서 권력자들에겐 진실로 두려웠고 따라서 금기시되어야 했다.

지난 세기의 식민지 제도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가 엄연히 살아있어 전 세계 풀뿌리 민중의 자립적인 삶의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간디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서구식 근대 국가 모델을 따라 국가적·국민적 이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부추겨온 결과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를 구원해낼 수 있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는 공존·공생의 논리이고 근래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지역 공동체 운동은 간디가 생각한 '마을 공화국'의 현대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평론' 발행·편집인 김종철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녹색평론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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