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그곳을 탐하다](10)제주시청 학사로

[골목, 그곳을 탐하다](10)제주시청 학사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골목 안에서도 추억은 흐르네
  • 입력 : 2014. 06.19(목)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시의 대표적인 상권가인 제주시청 학사로

1980년대 대학 시절 보낸 이들의 아지트
30~40년 지나면서 제주시 대표 상권가로
거리에 또 다른 문화 벼룩장터'봉그다'
골목에 문화, 입히려는 청년들 움직임도

제주시청 학사로(대학로)는 '젊음의 아지트'다. 1980년 이후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이 골목 안에 단골집, 추억의 공간 하나쯤을 두고 있음직하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젊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요즘 청년들에겐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80년대 젊음이들의 만남의 장소

제주시청 학사로에 상권이 형성된 것은 시청사 이전 시기와 맞물린다. 1980년 3월 제주시청이 건입동에서 옛 도청사(이도2동)로 옮겨오면서 이 일대에 변화가 시작됐다.

대학생들이 모여들면서 변화의 걸음은 빨라졌다. 제주시 한 공무원은 "학생들이 자주 찾다 보니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학로'로 불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당시 시청 인근은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두 개의 대학으로 가는 길목이었던 게 하나의 이유다. 제주시청이 현재의 자리에 옮겨온 해에 용담과 서귀포로 분리돼 있는 제주대학교 캠퍼스가 현재의 제주대학로로 통합, 이전됐다. 이보다 조금 뒤에는 용담동에 있던 제주산업정보대학(현 제주국제대)이 제주시 516로로 옮겨왔다.

그 후 30~40년이 흐른 지금, 골목은 제주시 대표 상권가로 자리잡았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한다. 카페, 음식점, 옷가게 등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게 새삼스럽지 않다.

학사로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알려져 있는 '바우식당'은 1980년대 대학생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주던 곳이다.

#빠른 변화 속 추억을 팔다

'바우식당'은 학사로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초반 점포가 몇 안 되던 시기에 이복자(64)씨는 가게의 문을 열었다. 제주시청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바로 다음 해인 1981년의 일이다.

이씨는 당시 학사로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골목 한 구역 정도에만 음식점이 모여있는 정도였어요. 그 외에는 대부분 1~2층짜리 단독 주택이었고요. 그래서 시외지역에서 온 대학생들은 이 일대에서 방을 빌려서 살기도 했지요."

몸국을 주메뉴로 하는 바우식당은 그 당시 학생들의 아지트였다. 집을 떠나온 청년들에겐 따뜻한 국 한 그릇으로 허기진 속을 달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그때의 학생들이 중년의 나이가 돼 발걸음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골목 안에서도 '추억'을 팔고 있는 셈이다.

이씨는 "당시 이 근처에서 하숙을 하던 학생들이 아침, 저녁을 먹으러 들르곤 했다"면서 "당시 학생이었던 이들이 이젠 어엿한 가장이 돼 아이들을 데리고 찾기도 한다. 그럴 때면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매월 셋째주 일요일 신진디자이너 편집매장 JZ COMPANY(제이지 컴퍼니)에서 열리고 있는 '봉그다'

프리마켓 봉그다를 기획한 이춘식·진홍준씨.

#골목 안 새 변화를 '봉그다'

오랜 시간 골목을 지켜온 이씨와 달리 이제 갓 골목에 자리 잡은 이들도 있다. 한달에 한 번 학사로 안에서 열리는 프리마켓 '봉그다'를 기획한 이춘식씨와 진홍준 씨다. 제주방언으로 줍다라는 뜻의 '봉그다'는 중고품은 물론 직접 만든 공예품과 음식, 예술활동, 창작활동 등을 선보이는 벼룩장터다. 매달 셋째주 일요일 신진디자이너 편집매장 JZ COMPANY(제이지 컴퍼니)에서 열린다.

골목 안에 문화를 입히고 싶었다는 두 청년에게도 학사로는 대학시절 놀이 공간이었다. 그러나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먹고 마시는 문화 그 이상의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봉그다를 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거리에 또 다른 문화를 입히려는 움직임이다.

"시청 학사로하면 술마시러 오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힘들어요. 봉그다가 매개체가 돼서 대학생들이 예술활동을 접하고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다 보면 문화·공연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 되겠죠." 이춘식씨가 말했다.

봉그다가 열리는 날이 되면 낮시간에도 시청 골목은 활기를 띤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장터에는 빈티지 의류와 악세사리, 직접 만든 음식 등이 자유롭게 거래된다. 장터 한 편에서 밴드 공연도 열린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번 수익의 20%를 사랑의 열매 재단을 통해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진홍준 씨는 "봉그다 생긴 후로는 거리 곳곳에서 소규모 장터가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골목의 새로운 변화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01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