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육상 생태계의 변화

[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육상 생태계의 변화
태고의 원시림 한라산에 닥친 온난화의 경고음
  • 입력 : 2014. 08.11(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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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연구소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한라산에 구상나무가 분포하는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한라산 구상나무 중 고사목의 비율은 45.9%에 달해 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한국·일본과 다른 다양한 식물로 독특한 경관
구상나무 고사목 급증·감귤 재배적합지 북상

"교목림지대를 빠져나가면 일대가 구상나무 수계를 이루는데 늦여름에서 가을 한창 때에 걸쳐 빨간, 가련한 열매가 달린다. 이는 홍적세 말 빙하시대의 뒷그림자로 생각되며 남한 고산대에도 있는 것으로 중·북부 한국 및 북만주의 가문비나무와 관계가 깊고 일본의 전나무와는 관계가 얕은 것이다. 이 지대부터는 태고의 원시림지대로 통과가 곤란할 만큼 가지와 가지가 서로 얽혀서 빽빽이 들어차 있다."(이즈미 세이치의 '제주도' 중에서)

# 지질·기상 영향 독특한 식생 형성

최근 일본 문화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치의 '제주도'가 '오름 나그네' 고(故) 김종철 선생의 번역본으로 새롭게 발간됐다. 세이치는 경성제국대학 재학 중이던 1935년 겨울, 제주 방문길에서 한라산 등반 도중 친구를 잃은 사건을 계기로 일문학이던 전공을 문화인류학으로 바꿨다. 친구를 앗아간 제주를 향한 관심은 계속돼 타계하기 한 달 전까지도 제주도를 찾고 연구해 1966년에는 역작 '제주도'를 펴냈다.

'제주도'는 제주섬의 자연환경과 촌락 연구, 가족 연구, 초가족집단 연구, 종교, 민구(民具), 도쿄의 제주도인, 제주도의 30년(1965년 현재) 등으로 구성됐다. 세이치는 일본 연구자의 조사를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환경 중에서도 식물의 분포 상황을 개관해 당시의 식생을 알려준다.

그는 제주도 식물 경관의 특징에 대해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고 많은 식물이 평등한 조건 아래 생존을 다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종류의 식물이 복잡하게 섞여서 군락을 이루고, 한국의 북쪽처럼 약간의 종류가 넓은 면적에 동종군락을 이루는 일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제주의 식생이 독특한 것은 제주의 지질과 기상 조건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난대식물은 홍적기 말 기후가 온난해진 다음에 들어온 것이고, 이들 식물이 제주도라는 고도(孤島)의 지질, 기상에 적응해 차차 그 형태를 바꾸면서 많은 특산 식물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섬 식물 경관을 지닌 것과 달리 동물학상으로는 독자적 지역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 잦은 태풍·집중 강우로 구상나무 시름

한라산 해발 1500m에서부터 산 정상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도 제주도와 지리산 노고단 임걸령, 전라북도 덕유산 등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고사목조차도 그 자태가 아름다워 '살아 100년, 죽어 100년'이라는 제주섬의 이 구상나무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연구소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한라산에 구상나무가 분포하는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를 지난 6월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라산 구상나무 중 고사목의 비율은 45.9%에 달해 그 심각성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2010년 이후 전체 고사목 중 20.7%가 새롭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최근 4년간 고사목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라산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목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천이와 노령화, 종간 경쟁 등의 자연적인 고사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기후변화에 의한 적설량 감소, 한건풍(寒乾風)에 의한 동계건고현상 등이 추가된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최근에는 잦은 태풍과 집중강우 등으로 생육기반이 악화되면서 고사목이 크게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라산연구소는 결과적으로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의한 고사 및 생장쇠퇴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기상이변과 병해충 피해 가능성 등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이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또한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구상나무의 향후 변화 및 어린나무의 발생 현황 등 자연적인 복원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식생동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목이 급증해지는 것은 전 국가적 관심사로 떠올라 지난해 9월부터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환경부와 산림청, 문화재청 등 중앙부처는 물론 국립산림과학원과 한라산연구소 등 국공립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협력체계도 구축돼 구상나무의 보존·복원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도 추진 중이다.

# 감귤의 전국화·숲터널의 상록수림화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0년 10월 11일 '한반도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영문판 요약본을 펴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는 온난화의 영향을 세계 평균보다 많이 받고 그에 따라 기후변화가 수자원과 농업, 보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한반도에서는 아열대 기후지역이 확장하고 식생도 빨리 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생명 산업으로 제주를 지탱해온 감귤에 특히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귤 재배 적지가 북상해 2040년쯤에는 재배 적합지가 지금보다 36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는 한라산의 독특한 자연경관 중 하나인 '숲터널'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10월 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사업 추진성과 보고회에서는 한라산 횡단 5·16도로 '숲터널'을 중심으로 한라산 낙엽활엽수림의 식생변화 예측연구사례가 소개됐다.

당시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박사(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연구소장)는 "연구 결과 숲터널 일대의 낙엽수림은 다양한 상록수종이 급격하게 이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낙엽수가 쇠퇴하는 데 비해 상록수는 건전한 것으로 분석되고, 기후변화로 가장 신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예측되는 종은 새덕이, 붉가시나무, 참식나무, 사스레피나무 순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현재 이입된 상록수종이 '장령림'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60년 내에 숲터널이 상록수림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기후변화는 이처럼 제주섬 전역에서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변화를 뜻하는 것일 뿐 생태계의 멸종이 아님을 앞선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생태계의 변화를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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