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軍紀가 우선인가? 人權이 우선인가?

[하루를 시작하며]軍紀가 우선인가? 人權이 우선인가?
  • 입력 : 2014. 08.13(수)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연일 모든 뉴스의 톱은 육군 28사단 윤 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에 대한 보도가 차지하고 있다. 22사단 총기난사사건에 이어 벌어진 집단구타 사망사건은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군대 내의 총기 오발 사건, 탈영 사건 등 심심치 않게 군내 사건사고가 지면을 오르내리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며 공론화 된 적은 내 기억으로는 없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들이 축소되고 억울한 죽음을 맞았을지 모르겠으나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이라면 아마도 다들 한 두 번씩은 직간접적으로 유사한 사건을 겪었을 것이다. 그 만큼 군 전체에 곰팡이처럼 퍼져있는 구타 및 가혹행위 등의 사례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국방부와 군은 유사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나름대로의 처방을 내려 왔다. 그러나 그 처방들은 관념적인 문구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로 개선의 효과는 전무했다는 것이 온 국민의 평가다.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니 연간 32만~34만명 정도의 장정들이 입영한다고 한다. 매해 이만큼의 군 입영자들이 서열의 사회인 군대에서 이른바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낮은 서열의 청년들을 물리적, 정신적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부사관이나 사관급이 아닌 사병들끼리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이른바 짬밥 수를 따져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고 이를 군기유지 차원에서 묵인하다 보니 벌어지는 사고를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군의 기강이 해이해 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사병간의 위계질서에 대한 유무를 떠나서 문제의 본질을 잘못 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군대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일방적인 물리적 억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방적인 억압은 결국 감정적인 사태를 일으키고 인격적인 모욕감을 안겨주고 자제력을 잃게 되고 스스로의 감정조절능력을 놓치게 된다. 단순한 얼차려가 아닌 구타,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기합은 이미 그 자체로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범죄를 묵인해주는 사관, 부사관들의 인식 자체가 사건사고를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군기를 잡기 위한 단순한 얼차려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군대로서의 기능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지만 군인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됨에도 불구하고 군기를 더 소중한 가치로 보면서 인권을 짓밟는, 단순한 얼차려가 아닌 범죄를 묵인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사병들이 군인이 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소양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의 인격무시행위가 과연 군대에서 형성된 것일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들의 심신은 각자의 가정과 그들이 속했던 사회에서 형성된 것이다. 인성교육의 부재가 결국 미숙한 인간을 길러내고 그런 재원으로 구성된 군대내의 사고는 결국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국방부와 군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는 내 자식을 어떻게 가르쳤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조건 남을 짓밟아도 1등을 추구하진 않았는지,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라고 가르치진 않았는지,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피하라고 가르치고 그렇게 보여주며 살진 않았는지….

윤 일병의 명복을 빌고 대한민국 군 인권의 부활을 기원한다. <양용진 요리연구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4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