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배움, 그 즐거움과 알싸함

[편집국 25시]배움, 그 즐거움과 알싸함
  • 입력 : 2014. 08.26(화)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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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은 올해 마지막 검정고시 시험일이었다. 중입·고입·고졸 검정고시 시험은 1년에 2번 시행된다. 문득 시험장인 제주중앙중학교를 찾아 그 풍경을 취재할 때가 떠오른다. 기자가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운동장 한켠 계단에서 가방을 어깨에 맨 채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10대부터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중장년층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자연스럽게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했다가 늦게나마 못배운 게 한을 풀기 위한 사람들, 남편을 잃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초졸', '중학교 중퇴'라는 학력이 취업에 걸림돌이 돼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 가족들을 위한 삶을 살아오다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배움의 길에 뛰어든 사람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다시 공부를 하는 10대 청소년들…. 저마다 시험을 본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시작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다시 배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의 시선 등으로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들이 용기를 내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배움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못배운 한을 풀기 위해 시작했지만 배울수록 즐거움이 더해지고 더 나아가 각자 나름의 꿈도 품게 됐다. 꿈을 나열하는 그들의 표정은 미소가 가득했다.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학력의 잣대가 만연해 얼마나 병폐를 주고 있는 지 드러내는 듯 하다. "학력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사회의 이같은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험장에서 만난 한 평생교육기관의 길잡기 교사의 말이 떠오른다. 그동안 현실에 부딪혀 온, 앞으로 부딪혀 나갈 그네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알싸하다.

8월 25일은 올해 마지막 검정고시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다. 시험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결과가 사뭇 궁금해진다. 그들의 다음 도전도 기대된다.<박소정 사회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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