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80)서귀포시 서홍동 체얌

[당찬 맛집을 찾아서](80)서귀포시 서홍동 체얌
처음 그 느낌처럼 추억의 한 페이지 장식
  • 입력 : 2014. 09.12(금)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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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얌'의 돈가스는 고기에 양념을 하지 않아 느끼함 없이 담백하다. 특히 안심을 감싸고 있는 튀김옷의 경우 밀가루에 우유를 넣어 고기 잡내를 없애고 메밀을 첨가해 웰빙 트렌드를 반영했다. 최태경기자

고기에 양념하지 않아 느끼함 없고 담백
밀가루에 우유·메밀 넣어 튀김옷 '비법'
샐러드드레싱엔 사과·파인애플 갈아넣어

어릴 적 가족들과 자주 찾던 곳이 있었다. 제주시 중앙지하상가 내 식당. 시내에 나갈 때마다 들렸던 이 곳에서 먹었던 돈가스는 아직까지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고교시절. 친구들과 기념일 때마다 찾던 칠성통 인근의 한 경향식 레스토랑에서 우리들은 돈가스를 자주 먹었다. 학생으로 보이지 않았던지 종업원이 내준 싼 포도주 한잔과 곁들인 그때의 돈가스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맛있는 음식점 탐방은 데이트 코스의 필수. 물론 메뉴는 바뀌었지만 그래도 기자가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라 찾았던 곳이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이었다. 항상 한국식 돈가스만 먹다가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이 속속 생기면서 우리의 입맛도 다채로워졌다고 할까.

돈가스는 얇게 썬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 서양 음식이다. 돈가스(일본어 돈카쓰) 또는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은 서양의 커틀릿에서 유래한 일본 요리라고 한다.

돼지 등심을 2~3cm 두께로 넓적하게 썰어 빵가루를 묻힌 뒤 기름에 튀겨 일본식 우스터셔 소스, 밥, 야채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다.

원래 돈가스라는 것도 커틀릿의 일종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영어 'cutlet'의 일본식 발음 '카츠레츠(カツレツ)'라고도 하며, 음식명의 '카츠'(カツ)가 '이기다'라는 뜻의 일본어 동사 카츠(勝つ(かつ) katsu)와 발음이 같아 일본에서는 수험생들이 시험 전에 먹는 필수음식이 됐다고 한다. 쇠고기를 넣어 튀긴 것은 비프 커틀릿(beef cutlet)이라고 한다.

오늘 소개할 당찬 맛집은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 '체얌'이다.

가게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냐고 묻자 정기철(43) 사장은 "처음이라는 뜻의 제주방언인데, 처음 시작하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작은 다짐"이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주인장이 밝힌 포부인지라 음식맛이 기대됐다.

주력 상품을 보여달라는 기자의 주문에 주인장이 소박(?)하게 내놓은 음식은 다름 아닌 히레정식. 안심을 사용한 히레가스와 미니우동, 간단한 밑반찬으로 구성됐다. 일반 다른 식당에서도 볼 수 있는 비주얼 그대로인데, 어떤 특별함이 있을지 사뭇 궁금해졌다.

바삭하게 튀겨진 히레가스 한 점을 소스에 찍어 음미해 봤다. 담백했다. 뭔가 다르다고 느끼는 찰나 주인장이 설명을 보탠다.

"손님들이 저희 돈가스를 먹고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고들 합니다. 이유는 고기에 있죠. 고기에 양념을 하지 않아요. 고기 자체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으면 냄새도 안 나고, 간도 알아서 돼 있습니다. 보통 일반 식당에서는 고기에도 소금과 후추 등으로 밑간을 해요."

제주산 돈육 안심에서도 최고를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돈가스를 자주 먹는 기자의 입맛에도 체얌의 돈가스는 특별했다. 보통 돈가스의 경우 물리게 먹으면 한동안 찾지 않게 된다. 튀겼기 때문에, 소스 때문에 등등 느끼함이 남아 있는 탓이다. 하지만 체얌의 돈가스에서는 담백함이 살아 있어 자꾸 손이 갔다.

주인장과 담백함에 대해 논하다 보니 체얌의 돈가스에 숨겨진 또다른 비법이 흘러 나왔다. 바로 튀김옷. 안심을 감싸고 있는 튀김옷에도 주인장의 노하우가 숨어 있었다.

"튀김옷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밀가루와 계란, 물을 넣는데, 우리 가게에서는 밀가루에 우유와 빵가루를 넣습니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고기잡내를 우유가 잡아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특히 밀가루와 메밀을 섞어 넣는데, 요즘 웰빙 트렌드도 반영했죠."

히레가스만 먹으면 옆에 있는 샐러드가 섭섭할까봐 '한 젓가락' 했다. 기자가 먹어왔던 많은 샐러드와 달랐다. 주인장에 설명을 부탁하니 보통 샐러드드레싱에 오일을 첨가하지만 체얌에서는 오일 대신 사과와 파인애플을 갈아 넣었단다. 과일향이 양배추 샐러드에 가미되면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큰 형님 히레가스 옆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미니우동의 국물과 면발은 주인장의 세심함이 살아 있는 결과물 치고는 덩치가 많이 작다. 하지만 덩치와 달리 맛에는 그 깊이가 살아 있기에 독자들이 직접 맛보길 바란다. 결코 후회하진 않으리라.

체얌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다(준비시간 오후 3~5시, 둘째·넷째 일요일은 휴무). 히레정식 8000원, 로스정식 8000원, 생치즈돈가스 9000원, 소바정식 8000원이며, 포장도 가능하다. 문의 732-0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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