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학사로 '17번지' 이승현 사장

[제주愛 빠지다]학사로 '17번지' 이승현 사장
"제주, 꿈꾸게 해준 소중한 곳"
10여년 전 떠밀리듯 제주행
  • 입력 : 2014. 10.03(금)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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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제주를 무작정 찾았다는 이승현씨는 "제주는 희망을 갖고 꿈꾸게 해준 소중한 기회의 땅이자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강희만기자

검정고시 거쳐 대학도 졸업
성산서 토속음식점 운영 꿈

1일 저녁 제주시 이도2동 시청 대학로 주변은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빽빽하게 들어선 가게들 사이에 자리잡은 선술집 '17번지'도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17번지'를 운영하는 주인은 이승현(31)씨다.

그가 제주에 정착한지도 벌써 12년째다. 부산이 고향인 그의 어린시절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중학교 시절부터 여동생과 지낸 그는 19살까지 학업은 뒤로 한 채 부산의 밤거리에서 방황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가족이 제주로 이주하게 됐다. 원치 않는 제주행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 제주는 떠날 수 없는 고향 같은 곳이다. 떠밀려 오듯 택한 제주에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은 고생했던 시간들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여유도 어느정도 생겼다.

그의 가족이 처음 제주에서 자리잡은 곳은 성산읍 고성리였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우도가 지척인 곳이었지만 그런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할 여유조차 없었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을 때 낯선 제주의 고등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여동생까지 모든 게 막막했다.

생활을 위해 당장 돈이 필요했고 무 공장, 어판장 등 성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찾아서 닥치는대로 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검정고시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까지 생각하게했다. 낯설기만 하던 제주땅이 드디어 그에게 꿈꿀 수 있게 하는 희망의 공간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렇게 그는 3년만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전공은 '호텔 조리학과'다.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무엇보다 요리에 대해 공부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게를 하나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목표인 창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호텔주방, 일본 워킹홀리데이, 화장품 판매사업 등을 거쳤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가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부산 사나이던 그는 어느덧 제주사나이가 됐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을 때 삶의 전환점이 돼 준 고마운 땅 제주. "제주도는 이제 나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다. 가진 것 하나 없던 나에게는 어엿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해준 곳이 제주다. 10년 전 울면서 제주에 가기 싫다던 고등학생 여동생은 어느덧 11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다."

그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지체없이 "성산에서 제주 토속음식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답이 돌아온다. "처음엔 특유의 냄새로 먹기 싫었던 고기국수, 몸국, 물회가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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