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생이) 다리 한쪽으로 백 사람의 잔치를 한다. 하도 음식이 귀한 시절에 조냥정신을 강조한 제주 속담이다. 실제 잔칫집엔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한 생이 고기가 없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잔치는 해야겠고 워낙 없다 보니 어느 것 하나라도 아껴야 하기에 그런 것이다. 검은 도새기(돼지) 한 마리도 부족할 터인데, 어찌 생이 다리 한쪽으로 잔치를 치를 수 있겠는가. 그만큼 잔치를 준비하는 집안의 사정을 헤아려 달라는 의미도 있다.
제주 사람들은 전적으로 하늘의 구름에 따라 농삿일을 의지해 왔기에 어떤 때는 굶주려 죽을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자연재해는 경조사의 음식을 준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이라는 것이 집안끼리 조용히 치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문의 큰 행사이면서 마을의 큰 잔치이다. 어디 고기뿐이겠는가. 평소 아껴두었다거나 잔칫날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음식을 동네사람들이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누구나가 그 집안 속사정을 알기에 장만한 음식을 탓하기지 전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주려고 애썼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식, 돌잔치, 집들이와 같은 잔치가 누구나가 느낄 정도로 심할 때가 더러 있다. 다른 집안과 비교해서 더 잘 차리고 싶고 싫은 소리 안듣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나, 없는 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 비해 자녀의 수가 크게 줄고 여러 가지 면에서 가족환경이 바뀐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나, 사치와 허영심으로 채워진 것 같아 불편할 따름이다. 하늘에서 김만덕 위인이 보고 있지 않을까 두렵다.
예전에 제주 사람들이 살면서 아끼고 또 아껴야 할 자원이 어디 음식뿐이겠는가. 그 중에서도 섬사람들에게는 옷과 물은 정말 귀했다. 육지부와 교류가 쉽지 않다 보니, 옷감을 제때 구할 수 없었다. 옷이 어느 정도 헐게 되면, 감물을 들여 또다시 입고 더 이상 입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용 가능한 옷감은 다른 옷이나 구덕(바구니)을 수선하는데 재활용하기도 하였다. 한 때 옷을 물려받는 게 자연스런 문화였는데, 요즘에 행하는 교복 물려 입기도 이벤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한 물은 어떠했는가. 제주의 마을이 해안을 따라 발달한 것도 용천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이었다. 요즘처럼 건축자재가 견고하지 못한 시절, 마을을 초토화시켜버릴 수 있는 위험한 태풍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해안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해안까지 내려와서 물허벅을 지고 물을 날랐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물을 사서 마시거나 중산간 지대에서 펑펑 솟아날 줄을 생각도 못했다. 삼다수가 분명 제주의 미래자원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껴야 할 자원목록에서 사라지는 듯해서 안타까울 정도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아끼고 또 아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제주의 자연이다. 요즘처럼 제주의 해안조간대와 곶자왈의 원형이 사라지는 것을 뜬눈으로 보고 있자니 울컥해진다. 야금야금 사라지고 있는 것이 다 정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다간 정말로 제주섬의 원형질이 녹아버릴까 걱정이다. 제주의 원형을 살리기 위한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의 권력과 명예가 도민을 위해 제대로 쓰여져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근검절약과 자연보호를 강조하면서 제주의 원형을 검증되지 않는 자본가에게 퍼주게 된다면, 제주가 문화적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은 금방이다. 무릇 자원은 원주인이 갖고 있을 때가 더 빛나며 그 잠재적 가치는 커져가지만, 주인이 바뀔수록 포장만 화려해질 뿐이다.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