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웃음을 잃어버린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가을비가 추위를 부추기는 날 같았습니다. 어느새 겨울의 시작인 12월 문턱을 찾아들었으니 추울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아니 해가 바뀔수록 점점 일이 많아지고 있는듯하지만 올해는 유독 모든 사람들이 기쁨보다는 슬픔과 분주함속에 휩쓸려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가슴 가득 안겨준 한해였습니다. 어쩌면 순리대로 추위도 더위도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계획된 일을 해야 하고, 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삶이 기계의 움직임처럼 느낄 때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고가 인간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어 놓고 있다는 생각으로 아쉬운 마음을 접게 됩니다.
빈틈없이 움직이는 천체 속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과 그 생명체들이 만들어낸 것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새로움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고 놀라운 기적 같은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온 산과 들에 나뭇잎 싱그럽게 돋아나서 꽃들도 활짝 피고, 텃밭의 푸성귀도 푸르게 잘 자라서 천지가 희망의 노래를 부르던 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장마와 무더위와 싸우며 땅위에서 땅속에서 풍요로운 수확을 준비하는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여름 내 키운 열매며 곡식이며 삼라만상의 풍요로운 수확을 마친 가을이 이제는 푸르고 무성한 잎사귀 옷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새로운 희망과 꿈을 탄생시키기 위한 안식을 취하는 휴식의 겨울문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며칠 전 무엇이 힘든지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던 동료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 만난 그는 고개를 들고 활짝 웃었습니다. 그것은 혼자 속 끓이며 걱정했던 건강문제가 이상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것이 사실인 것을 알았을 때 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료의 입에서 나온 '이제야 살맛이 난다'는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과 위로의 말을 했던 나를 향한 감사의 말은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렸습니다. 그 순간 나도 몇 해 전 내 가슴에 달린 두 개의 오름 중에 나를 떠난 왼쪽 오름이 갑자기 돌아 온 기적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오해로 서먹했던 지인한테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내 마음에 먹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펼쳐집니다. 무작정 밖으로 나가 동네 공원을 걷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불편한 걸음걸이가 가볍고 편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전화기를 들고 택배를 잘못 부쳐 미안하던 작은 딸에게 "그때 엄마가 박스포장을 잘못해서 비싼 가방을 못 쓰게 만들어서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단다. 그땐 엄마도 큰소리 쳤지만 사실은 나를 한 자책이었어. 이해해주렴!" 딸이 "그땐 속상하고 화가 났는데 엄마니까 벌써 이해했네요. 우리엄마 정말 늙으셨나봐. 약해진 엄마 모습 난 정말 싫어요. 언제나 당당한 엄마모습이 좋으니까 소심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엄마! 사랑해요."
전화를 끝내고 한참을 멍청히 앉아있었습니다. 엄마를 이해해준 딸도 고마웠지만, 약해진 엄마모습 싫다는 말이 나는 아직도 '마흔아홉'이라던 내가 한방 얻어맞은 느낌으로 가슴이 울컥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먼 곳 가까운 곳에 사는 자녀들과 언제나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는 남편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사랑 바구니에 가득 담아 띄워보내고 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할 날도 이십팔일 밖에 남지 않은 날들이 무척 소중한 시간임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사랑의 대화로 아름다운 삶의 그림이 그려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조옥순 현대문예제주작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