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서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0월까지 입도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53만8538명으로 작년보다 약 90만명 정도 증가했다. 게다가 같은 기간 누적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총 290만7031명으로 다른 모든 국가를 합쳐도 중국 관광객 수에 훨씬 못 미친다.
그 여파로 최근 몇 년 새 제주도 어디를 가나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국경절이나 춘절 같은 중국의 최대 연휴 기간에는 제주도의 주요 명소라고 할만한 곳들은 모두 중국인 관광객에게 점령(?)당할 정도다. 때로는 여기가 중국인가 싶을 정도로 중국인에게 둘러싸여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한다. 성산 일출봉을 올라도, 한라산을 올라도 시끌시끌한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내국인 여행자들은 도대체 제주에 온 건지 중국에 온 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발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디를 가나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내는 이들 때문에 여행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투덜거린다. 여행 전에 이들에게 성숙한 여행 문화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한다.
문득 몇 달 전 취재 차 다녀온 거제도 소매물도 여행이 떠올랐다. 남해안에 떠 있는 작은 섬 소매물도를 가기 위해선 통영이나 거제도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들어가야 한다. 필자는 거제도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작은 여객선을 이용했다.
한 시간 가량 바닷길을 달려 도착한 소매물도는 제주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섬을 둘러싼 수려한 풍경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일명 쿠크다스 섬이라 불리는 새하얀 등대가 있는 작은 섬을 잇는 길이 밀물, 썰물 시간에 맞춰 이어졌다 사라졌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바닷물이 갈라져 드러난 바닥이 마치 모세의 기적이 나타난 것 같은 신비로움을 주는 섬이었다.
그렇게 반나절 가량을 섬에서 보낸 후 다시 같은 배를 타고 거제로 돌아오는 길, 짧은 여행길이 아쉬워 갑판에 나와 남은 감흥을 정리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갑판이 소란스러워졌다. 한 무리의 여행객이 갑판으로 쏟아져 나오더니 한껏 흥에 들떠 고성방가 수준의 소음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들 사이에선 술잔이 돌고 있었다. 음주가 곁들여지니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질 수밖에. '그들도 워낙 흥에 겨워 그러는 거겠지, 얼마나 여행이 즐거우면 그럴까, 배가 출발했으니 이제 곧 잠잠해지겠지….' 갑판을 한 바퀴 둘러보니 필자와 같은 마음인 듯한 이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배가 출발하면서부터 시작된 이들의 유흥은 거제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고, 그 탓에 멀어지는 섬을 보며 여행의 여운을 만끽하고자 했던 필자의 바람은 무참히 깨져 버렸다. 어디 그 뿐일까. 한 시간 내내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여행에서 얻은 좋은 기운들은 빠져나가 버리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여버렸다. 배에서 내릴 때가 되어서는 꼭 탈출하는 기분이 들었다. 남의 속도 모른 채 여전히 왁자지껄한 그들을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본인들은 즐거웠을 여행이 다른 이들에게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주었다는 것을.
자신의 여행만큼 다른 사람의 여행도 배려해주는 마음과 자세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성숙한 여행문화는 비단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또한 다른 이에게 갑판 위 관광객들과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지 한 번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뭐라 하기 전에 우리 먼저 성숙한 여행문화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정은주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