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도시 재생, 문화예술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루를 시작하며]도시 재생, 문화예술만으로는 부족하다!
  • 입력 : 2014. 12.24(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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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겨울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변덕스럽다. 밤새 바람소리가 요란하더니 창밖 세상이 온통 하얗다. 더욱 거세지는 눈발에 차를 세우고 길옆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놓고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 구경에 빠져든다. 더불어 생각의 한구석에는 최근 원도심 답사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던 빨간 미술관의 기억이 중첩된다.

민선6기 출범 이후 원도심의 재생 수법으로 문화예술의 레이어를 덧대 도시재생의 단초로 활용하는 전략이 더욱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한 관점으로 살펴본다면 원도심 내에서도 대략 세 지역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우선 구 제주대병원과 목관아를 잇는 지역에서 행해지는 실천적 움직임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은 제주 성안에서도 역사문화경관의 흔적이 가장 뚜렷한 지역이다. 구제주대 병원에 제주문화예술센터가 들어서고, 지역작가들을 지원하여 아틀리에와 공방의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매주 행해지는 공연과 예술시장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다음은 산지천 서측의 호텔 골목으로, 70년대 신혼여행관광의 전성기 이후 침체에 빠져 있던 지역이지만 최근 대동호텔을 중심으로 한 전시분야활동은 감동적이다. 더구나 지역작가의 참여가 활성화되어 있고 제주의 원형질적 가치를 끊임없이 도모하고 있는 측면은 높이 살만하다. 또 하나의 새로운 변화는 동문로터리 후면 블록과 탑동 매립지 지역에서 시작된 한 사설 갤러리의 개관이다. 제주에서 좀처럼 접할 수 없는 현대미술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점, 수명이 다한 건축을 리노베이션하여 도시공간에서 시간적 적층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은 호의적이다. 반면 제주의 도시경관과 시민정서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태도는 자칫 권위의 수준을 넘어서서 문화 권력의 행세로 비쳐질 수 있다. 특히 고채도의 원색으로 미술관의 브랜드 이미지를 그려내고자 하는 현상은 여러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그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

이렇듯 원도심 내 여러 지역에서 문화 예술 분야의 활동이 활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지만 도시·건축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도시의 본질적 요소인 '일상'의 리얼리티가 실종된 '가면의 도시'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도시재생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인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가?"란 물음에 해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통하여 사람들을 모이게 하였다면, 이어서 거주성 향상을 위한 후속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주거환경과 도시구조에 담겨있는 일상의 세심한 조사와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는 원도심의 옛길걷기와 같은 낭만적인 감성의 체험을 넘어선 이성적이고도 체계적인 일이어야 한다. 그러한 조사 연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원도심에서 추구되어야 할 철학과 가치를 찾아내어 지역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이를 토대로 도시·건축의 계획들이 제안되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지속적이고도 일관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마련되는 허울의 대안으로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질적 목표에 다가설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문화예술계의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도시·건축계의 자성(自省)이 필요하다.

창밖에는 아직도 눈발의 기세가 등등하다. 동시에 세상의 추함은 사라져간다. 아름답다! 마치 속내를 감추고 허구의 가면으로 덧씌워진 도시의 겉모습인듯 하다. 그러나 해가 솟으면 다시 그 추함은 여전히 드러난다. 도시의 속성인 '생명성'은 가면 속의 일상에서 비롯됨을 간과하지 않는 현명한 도시재생 전략이 실행되기를 기대한다. <양건 가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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