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서울 사람들이 제주감귤보다 오렌지를 고른다는 얘기가 돈다. 맛도 별로고 썩은 것도 많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감귤가공공장 앞에는 감귤을 실은 차가 줄지어 서있다. 이러다가 감귤을 땅에 파묻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감귤농가는 한 치 앞을 못 봤다. 2009년산 조수입이 6000억원, 작년에는 9000억원을 넘기면서 금방 1조원이 될 것으로 착각했다. 몇년간 감귤가격이 좋은 것을 보고 소비자들은 무조건 감귤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이제 감귤가격은 안정기에 접어들어 어떤 감귤이든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제 값을 받을 것으로 착각했다.
그런 착각 속에 작년 초에는 1번과를 상품에 포함시켜야 된다는 민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생산자단체 조합장들도 조합원의 요구여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1번과 유통을 주장했다. 아마, 1번과까지 상품으로 유통되었다면 감귤가격은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감귤만큼 세우기 어려운 정책이 없다. 배나 사과나 단감이나 포도는 생산자 단체가 주도한다. 이들 과일 가격이 높은 것은 스스로 가격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행정은 정책의 큰 흐름과 예산만 지원하면 된다. 농업인들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재배되기 때문에 특정 지자체가 책임질 수도 없고 책임질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나 사과가 높은 가격을 받는 이유는 맛과 품질을 높인 덕분이다. 꽃따기와 열매솎기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비상품을 제거한다. 봉지를 씌울 때 다시 열매를 솎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30%에 가까운 비상품을 제거한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 주간 거리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재식거리가 보통 6m x 6m나 된다. 심지어 배는 주간 거리가 10m가 넘으니 햇빛을 많이 받은 과일의 당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행정이 아니라 농업인과 생산자 단체가 스스로 노력한 덕분이다.
그동안 제주감귤 가격이 상승세를 탄 것은 행정의 힘이 컸다. 1997년부터 시작된 폐원지원으로 재배면적을 5000 ha 가까이 줄였다. 2003년부터 시작된 간벌 정책으로 70% 가까운 감귤원이 간벌했다. 정부 FTA 기금사업 예산의 40%를 가져와서 3000 ha가 넘는 하우스를 조성했다. 그래서 어떤 과일보다 좋은 품질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절대로 품질이 낮은 제품을 사지 않는다. 실밥이 쉽게 뜯어지고 단추가 덜렁거리는 옷을 구입하는 바보 소비자는 없다. 툭하면 고장이 나는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바보 소비자도 없다. 디자인이 별로인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도 없다. 과일 소비자도 외관과 당도가 낮은 과일을 절대로 시장바구니에 넣지 않는다.
앞으로 감귤가격을 결정하는 공은 감귤농가에 달려 있다. 전자제품을 만들 듯이 생산과정에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감귤은 낙엽과수인 사과나 배에 비해 상품을 만드는데 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노력이 들어도 꽃따기와 열매솎기를 통해 소비자가 좋아하는 감귤만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소비자가 3, 4번 감귤을 선호한다고 3, 4번 감귤만 생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6, 7번 감귤도 좋아할 수 있도록 성목이식과 다공질필름(타이백) 피복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여 전체적으로 당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작년에는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1번과 상품화 논란 속에 꽃따기나 열매솎기도 제대로 못하고 상품과 비상품 감귤이 뒤섞여 시장을 덮어 버리고 말았다.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몇 번의 시련이 있다. 올해의 시련이 다시 감귤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