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89)서귀포시 중앙동 안거리음식점

[당찬 맛집을 찾아서](89)서귀포시 중앙동 안거리음식점
  • 입력 : 2015. 02.27(금)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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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뼈로 우려낸 육수와 두툼한 목살을 이용한 제주식 토란국. 송은범기자

"토란국 한 그릇이면 하루종일 든든"
돼지뼈를 이용한 제주식 토란국
소화기관에 도움주는 '웰빙음식'
정갈한 제철 찬거리도 입맛 돋아

육지사람들은 토란 하면 주로 추석이나 설 명절에 차례상에 오르는 토란국부터 연상한다. 그들의 차례상에 매번 토란국이 오르는 이유는 그 효능과 무관하지 않다. 토란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고기가 지닌 산성을 중화시키고,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배탈을 개선해준다. 따라서 육지에서는 명절처럼 과식하기 쉬울때 뱃속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토란국을 끓여서 먹고있는 것이다.

실제로 토란은 여러모로 몸에 좋은 음식이다. 토란(土卵)이라는 글자부터 '땅(土)에서 자라는 계란(卵)'이라는 뜻으로 동의보감에는 "토란은 성질이 평(平)하며 위와 장을 잘 통하게 하는데, 날로 먹으면 독이 있지만 익혀 먹으면 독이 사라지고 몸은 보한다"고 나와있다. 토란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숙변 제거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체내 중금속을 배출하는 역활을 한다.

'안거리' 주인장 구영이씨.

이런 몸에 좋은 토란이 제주에서는 흔하지 않은 음식이다. 토란은 주로 소고기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제주에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중앙동에 위치한 '안거리 음식점'에서는 제주에서 흔하지 않은 '토란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이 토란국으로 유명한 이유는 육지와는 다른 '제주식 토란국'을 만들기 때문이다.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와 두툼한 목살을 이용한 토란국이 바로 그것이다.

주인장 구영이(64)씨가 5년 전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주력 메뉴는 몸국이나 물회 등 제주토속 음식이었다. 하지만 "몸국 만드는 육수로 토란국을 만들어 봐라"라는 지인의 권유로 토란국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토란 손질부터 보관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음식을 만들려 하니 고생 꽤나 했지만, 이제는 먼길에서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생길 정도로 효자메뉴가 되버렸다.

토란국을 먹으러 제주시에서 왔다는 김동철(65·제주시)씨는 "제주도에서 여기가 토란국은 최고"라며 "추운날 따뜻하게 한 그릇 먹으면 하루종일 든든하다"고 말한다.

제철 채소로 만든 맛깔스런 밑반찬.

기자도 자리에 앉아 토란국을 주문했다. 먼저 나온 안거리 음식점의 반찬은 콩나물, 톳 무침, 멸치볶음, 시금치 등이다. 메인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식욕을 돋우는 찬거리들 덕분에 '에피타이저' 느낌이 난다. 결국 상큼한 맛에 못 이겨 톳 무침은 한번 더 뜰수밖에 없었다. 주인장은 "재료의 신선함을 위해 반찬에 제철음식은 하나 둘씩 꼭 넣는다"며 "오늘은 시금치와 톳 무침이 그것이다"라고 말한다.

드디어 토란국이 나왔다. 냄비 안에는 듬삭하게(푸짐하게) 썰은 돼지고기 목살과 실한 토란이 듬뿍 들어있고 전분 덕분에 걸죽한 느낌의 하얀국물이 인상적이다. 그 위로는 부추와 고추가 고명으로 얹어져 있다. 우선 큼직한 돼지고기 목살을 한 수저 떠서 톳 무침과 곁들였다. 잘 삶아진 목살에서 새어나오는 육즙이 입에 '착'감기면서 그 위로 상큼한 톳 무침이 '오독오독' 춤을 춘다. 이제 주인공 토란을 맛볼 차례다. 기자에게도 생소한 음식이기에 다른 반찬은 곁들이지 않고 토란만 입에 넣었다. 남아있던 돼지고기의 느끼함이 한번에 씻기고 담백함과 부드러움으로 입안을 한번에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땅 위에서는 토란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안거리 식당은 연중무휴다. 토란국은 3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중간 크기 1만 5000원, 대자가 2만50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후 3시 30분부터 새벽 3시까지다. 찾아가는 길. 제주도 서귀포시 중앙동 279-5(중정로 91번길 38), 전화 064-763-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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