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8)하지정맥류 or 심부정맥혈전증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8)하지정맥류 or 심부정맥혈전증
다리 혈관이 유난히 튀어나와서 병원 찾았는데…
  • 입력 : 2015. 03.06(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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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와 심부정맥혈전증은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만성적으로 하지가 붓거나 피부색깔이 변하면 병원 진료를 받는게 좋다. 사진은 왼쪽 하지에 나타난 부종.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하지정맥류 오래 서있는 직업과 비만·흡연 관련
심부정맥혈전증 흉통·호흡곤란 속 방치시 심정지
자주 다리가 붓고 피부색 변하면 진료를

1년 전쯤 70대의 여성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왼쪽 다리에 구불구불하고 툭 튀어 나온 혈관이 보인다는 것이다.

의사= "언제부터 이렇게 혈관이 나오셨나요?"

환자="한 30년 됐지"

의사="많이 불편해 지셔서 오신거에요? 아니면 보기가 너무 싫어서 오신거예요?"

환자="아니, 텔레비전 보니깐, 이런거 그냥 두면 갑자기 죽는다고 해서."

제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수완 교수가 전하는 환자와의 대화내용이다.

30년 동안 제 몸의 일부로 같이 살았던 혈관 때문에 갑자기 죽다니. 그 이후로도 비슷한 이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김 교수는 소개했다. 환자가 급증한 원인을 확인한 결과 건강과 관련된 TV방송이었다. 하지정맥류에 관한 방송이 있었고, 이와 비슷한 다리 혈관에 생긴 심부정맥혈전증이 연이어 방송됐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는 하지에 있는 정맥이 늘어나고 구불구불해지는 증상을 일컫는다. 정맥혈류를 한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맥내 판막이 망가져 정맥혈류가 역류되는 것이 원인이며, 별다른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로 오래 서있는 직업(요리사, 학교 교사, 간호사 등)과 비만, 흡연 등이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으로는 오후에 들어서 다리가 붓고 무겁고 저리며, 밤에 쥐가 잘 나기도 하지만 통증은 흔하지 않다. 오히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고 외관상의 문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치료는 정맥류의 모양과 심한 정도, 증상 등에 따라 약물주입, 정맥내 레이저 치료, 수술적 제거 등의 방법을 쓰게된다. 이러한 하지정맥류는 환자의 생명과 연관 짓기에는 너무 괴리가 크다는게 전문의들의 시각이다.

반면 하지의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의 큰 근육들 사이로 동맥과 함께 진행하는 마치 나무의 기둥과 같은 큰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고령의 환자에서 교통사고, 다리 수술 후 등과 같은 이유로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서 지내거나 진행된 암, 피임약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동맥으로는 피가 잘 가기 때문에 걸을 때 통증은 없으나 피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리에 정체되면서 다리가 붓는 부종이 주 증상이다. 손가락으로 다리를 누르면 푹 들어가고 벌겋게 색깔이 변하기도 한다.

우리 몸에서는 정상적으로 혈전이 만들어지고 다시 녹아서 제거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하지의 혈전이 점차 증가해 대퇴정맥을 지나 하대정맥을 통과, 심장안으로 들어가고 이후 폐동맥으로 이동해 폐동맥 폐쇄를 일으킬 수 있다. 환자는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경험하게 되고,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어서 심정지가 발생한다.

따라서 노인 환자가 오래 누워지내거나 진행된 암을 가지고 있는 경우 등에서 갑작스런 호흡곤란과 흉통을 경험하게 된다면 반드시 즉각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서운 병인 심부정맥혈전증과 하지정맥류를 혼동하게 된 것인가.

하지혈관(위)·흉부 CT.

심부정맥혈전증이 만성적으로 발생한 경우 하지정맥류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 안쪽에 커다란 정맥에 혈전이 들어차 있어서 정맥혈이 순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피부와 가까운 정맥으로 많은 양의 정맥혈이 순환하게 된다. 특히 큰두렁정맥과 작은두렁정맥에서 많은 정맥혈이 흐르게 되고 기능이 한계에 도달하게 돼 정맥내에서 역류를 방지해 주는 판막이 망가지게 되고, 정맥은 점차 커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하지정맥류를 만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지정맥류와 심부정맥혈전증은 서로 다른 질환이며, 심부정맥혈전증이 있는 경우에 하지정맥류를 동반할 수는 있지만 겉으로 하지정맥류가 보인다고 해서 심부정맥혈전증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가 만성적으로 붓거나 피부색깔이 변하거나, 육안적으로 하지정맥류가 진행한다고 생각이 되면 심각하게 걱정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담할 것을 전문의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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