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불칸 땅의 들불 축제

[월요논단]불칸 땅의 들불 축제
  • 입력 : 2015. 03.09(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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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선 정월에 어떤 일들이 일어납니까? 어제 정월 14일에는 와흘리 하로산당 신과세제에 갔다 왔고, 그저께 정월 13일 날은, 제주 신당의 메카, 신당의 불휘공이라는 송당 본향 금백주할망당 신과세제에 다녀왔어요. 가서 보니 날이 갈수록 당신앙이 쇠퇴해 가는 느낌이었고 관리도 소홀해져 가는 느낌이 있어 걱정이 됐다니까 신과세제가 뭐냐고 물었다. "신과세제는 새해 신년 들어 신에게 세배하고 한해의 운세를 점치는 '신년+과세+제'입주" 하니까, 1월의 세시풍속은 어떤 것이 또 있지요? 하였다. "마을마을 촌촌에서 이사제다 포제다 하면서 유교식 마을제가 밤 자시에 시작되고, 심방이 본향당에 가 마을의 가가호호 빌어주는 당굿 신과세제도 마을마다 행해 집주. 옛날의 마을제는 천제 또는 하늘굿이었으며, 국제 또는 나라굿으로 마을사람 남녀 공동의 제천의례였는데, 조선조에 오면서 마을제로 축소돼 남자는 유교식 이사제로, 여성은 무속적인 당굿으로 따로 지내게 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그러나 지금도 하늘굿이었다는 근거, 예를 들면 온평리 마을제에선 제관들이 마을의 본향당에 배례를 시작으로 마을제가 시작하고, 희생으로 하늘에 소를 바치는 희생제, 와흘리 당굿에서는 본향당제를 남녀공동의 마을굿으로 남성제관이 제를 집행하는 것들은 고대의 남녀공동의 마을굿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월 보름날 삼도이동 사무소 앞길에서 기자 분이 질문하면 꼬박꼬박 대답하다 보니 나는 뭐라 얘기를 들려주고 돌아왔는데 한말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나에게 물어보았다. "제주의 1월은 육지와 어떻게 다른가?"하고. 떠오르는 말은 '불칸 땅'이었다.

제주는 '불칸 땅'이다. 제주는 화산도다. 제주가 육지와 다른 것은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화산도라는 것이다. 불이 만든 섬, 불로 하는 축제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다. 비가 오는데 새별 오름의 들불은 잘 타오르고 있을까. 제주인의 축제, 불의 축제는 화산 폭발의 에너지를 재현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불을 창조하는 축제, 설문대할망이 제 몸을 닮은 제주를 만들었다는 거대한 불, 설문대할망이 만든 불 화덕, 할망이 백록담에 솥을 걸고 쑤는 팥죽, 할망이 싸는 황금빛 똥으로 만든 삼백육십 오름, 불의 아름다운 배설물들은 '불칸 땅' 화산섬을 우리에게 남겼다. 불칸 땅은 재생의 땅이며, 생산의 땅이다. 그러므로 제주에 정월이 되면, 땅을 케와(태워서) 얻었던 묵은해의 수확물을 거둬들인 뒤 남은 화산재와 같은 잡초들을 태워 다시 새로운 풀을 돋아나게 할 땅, 생산의 땅 '불칸 땅'으로 돌아가는 불놓기(火入)의 의식으로서 들불축제가 완성되어야 한다. 이를 '케왓의 화입'이라 하며, 그것이 아름다운 제주 화산도의 들불축제다. 제주의 산야, 초지를 태우는 의식은 아름다운 불의 완성이다. 그것은 억지로 석유를 부어 풀을 태우는 공해 축제가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불칸 땅'으로 돌아가 병든 땅에 새순이 돋게 하는 축제, 들불 축제, 창조적인 불 축제가 소생하는 정월, 제주 들불축제가 아름다운 축제로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아름다운 들불축제는 원래의 '불칸 땅'으로 돌아가는 재생의 불 축제다. 불 하나로 불의 영원성과 생산성을 보이는 축제가 되려면, 제주 한라산신 술 잘 먹고, 춤 잘 추고, 소리 잘 하는, 천하 오소리 잡놈 한라산 장군선왕 도채비의 축제, 도령선왕, 아기씨선앙 도깨비불들이 사방팔망으로 퍼져나가는 밤 축제, 불 축제, 생산의 축제, 사랑의 축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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