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1부 제주 왕벚의 세계화](1)소프트파워 핵심자원

[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1부 제주 왕벚의 세계화](1)소프트파워 핵심자원
  • 입력 : 2015. 03.09(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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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교에서 한국정원 기념식수때 당시 한덕수(사진 왼쪽) 주미 한국대사가 대학 관계자들과 기념식수하는 장면. 아메리칸대학교의 한국정원은 1943년 이 대학에 왕벚나무 네그루를 식재한 것이 인연이 돼 조성됐다. 왼쪽 원안 사진은 당시 이승만 박사가 심은 왕벚나무의 만개한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국립산림과학원·주미 한국대사관·한국문화원 주도로
워싱턴 아메리칸대에 '한국정원' 조성… 모태는 왕벚
한인사회 주도로 뉴욕 맨해튼 인근에도 한국가든 추진
12km 제주왕벚 산책로… 토종왕벚나무 공수대책 필요


매년 3, 4월이면 월드뉴스로 장식되는 화제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월드뉴스는 이 사진에 '벚꽃에 취한 워싱턴'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한다. 사진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매년 이맘 때 열리는 벚꽃축제에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축제장소인 타이들 베이슨(Tidal Basin) 호수를 따라 만개한 벚꽃을 즐기고 있는 광경을 담고 있다. 인공호수인 타이들 베이슨은 워싱턴 D.C.의 대표적 휴식처이자 관광지로 꼽힌다.

이 호수를 빙 둘러 심어진 벚나무에 만개한 왕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3, 4월이면 시민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곳의 벚나무는 20세기초 미국과 일본의 유대관계를 증진하고 두 국가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당시 도쿄시장이던 유키오 오자키가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1912년 일본이 워싱턴 D.C.에 기증한 벚나무는 3000여 그루 규모다. 도쿄시장이 기증하여 심은 것이라 하여 '저패니스 체리 트리'로 불렸다. 1세기가 흘러 이 벚나무들은 지금 벚꽃 명소로 자랐고 해마다 미일 간 우호의 축제가 열리는 장소가 되었다.

훌쩍 세월이 흘러 2011년 4월 이 대학 교정에는 '한국정원'이 국립산림과학원과 아메리칸대학교의 노력으로 조성됐다. 한국정원에는 제주 왕벚나무 자생지인 봉개동 왕벚 천연기념물에서 증식한 왕벚나무를 비롯해 돌하르방 석상과 정낭, 그리고 동자석도 세워져 제주의 자랑과 긍지도 함께 심었다. 제주 생태환경뿐만 아니라 문화사에도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아메리칸대학교 교정에 설치된 '한국 벚나무' 표석.

아메리칸대학교 내 한국정원에는 1단계로 왕벚나무와 무궁화, 한라산 구상나무, 진달래, 산철쭉 등 목본 31종 233그루, 초본으로는 제주상사화 등 11종 300여 그루 등을 포함해 모두 42종 530그루가 식재됐다. 대부분이 제주산이다. 아메리칸대로부터 한국정원 조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받은 당시 한덕수 주미대사와 워싱턴 한국문화원은 제주자치도와 접촉해 돌하르방 두 쌍과 정낭 세 쌍을 공동으로 지원했다. 한국정원에는 제주도가 지원한 높이 1.5m짜리 돌하르방 한 쌍과 정낭, 워싱턴 한국문화원이 지원한 1m짜리 돌하르방 한 쌍이 각각 세워졌다.

워싱턴의 한국정원은 한라산에서 자생지가 발견된지 1세기 만에 제주의 토종 왕벚나무가 세계로 진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미 한국대사와 우리나라 산림연구를 주도하는 정부 최고 책임자, 그리고 미국의 지식인 그룹인 아메리칸대가 제주 토종 왕벚나무의 워싱턴 식재를 주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이다.

뉴욕 맨해튼의 관문인 조지 워싱턴 브리지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뉴저지 뉴오버펙파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국형 가든 조성사업이 추진중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향후 10년안에 12km 산책로에 제주왕벚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다.

이 산책로가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명물 왕벚나무들이 일본 나무로 잘못 알려진 사실을 시정하기 위한 복안으로 추진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이 왕벚 산책로 사업에 제주산 왕벚나무 제공을 위한 후속 검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제주 왕벚나무의 세계화를 위한 강력한 추진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

[아메리칸대 '한국정원’은]
이승만 박사 "왕벚은 한국이 원산지"


1943년 '한국벚나무' 표석 남겨
대학측, 산림과학원에 지원 요청
2011년 제주산 등으로 정원 결실

일본이 1세기전 기증한 워싱턴의 왕벚나무는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함으로써 미국인들에 의해 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당시 미국에 망명중이던 이승만 박사는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이라면서 미국 정부에 '코리언 체리'로 바꿀 것을 제의했다고 전해진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4월 8일 이승만 박사는 벚꽃의 원산지는 한국임을 주장하면서 아메리칸대학교에 네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표석에는 '이승만 박사가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했던 아메리칸대 폴 더글러스 총장과 함께 한국 독립을 원하는 지성인들의 의지를 담아 심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박사는 표석에 한국벚나무(Korean Cherry Trees)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 표석은 왕벚나무 원산지가 한국이므로 한국벚나무라는 제목을 붙였음을 밝힌 것이다. 이 벚나무가 바로 왕벚나무를 일컫는 것으로 제주도가 원산인 나무다. 원래 네 그루를 심었으나 수년전 1그루가 고사, 지금은 세그루만 남아 있다.

이승만(왼쪽 다섯번째) 박사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4월 8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교를 방문, 한국 벚나무를 심고 있는 모습. 사진=정은주 박사 제공

한국정원 프로젝트는 아메리칸대 루이스 굿맨 국제관계대학장이 적극 나서면서 탄력을 받았다. '이승만 벚나무'를 계기로 한국식 정원을 조성하면 벚나무는 모두 일본산이라는 미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 소식은 2008년 미 농림부 산하 농업연구소 유전자원연구실의 연구원으로 근무중이던 재미 한국인 식물학자이자 벚나무 전문가인 정은주 박사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왕벚나무 권위자인 제주 출신의 김찬수 박사(현 소장)에게 전해졌다. 이들은 DNA 분석과 표본 등을 통해 이 나무의 원산지가 제주산인 왕벚나무임을 확인했다.

이듬해인 2009년 3월에는 김 박사가 아메리칸대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 굿맨 학장과 당시 한덕수 주미대사를 만나 왕벚나무 원산지 증거자료와 함께 제주산임을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정원은 급물살을 탔다.

이어 굿맨 학장은 2010년 4월 직접 제주를 찾았다. 이때 국립산림과학원은 아메리칸대에 있는 왕벚나무에서 채취한 싹을 접목해 키운 묘목 9그루와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꺾꽂이해 접목 방식으로 키운 3년생 묘목 등 20그루를 굿맨 학장에게 기증했다. 제주도에서 돌하르방과 민가의 대문인 정낭, 동자석 등을 보고 매력을 느낀 굿맨 학장은 한국정원에 이들을 함께 설치하기로 했으며, 제주자치도와 주미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서귀포문화사업회 등의 지원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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