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안녕하십니까](3)제주를 배우는 사람들

[제주살이, 안녕하십니까](3)제주를 배우는 사람들
"제주서 새 삶 산다면 낯선 체험이 좋다"
귀농귀촌 교육 통해 정착 위한 실질적 정보 익혀
생활 목적에 맞는 기관별 교육 꼼꼼히 비교 필요
  • 입력 : 2015. 03.12(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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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감귤재배 기초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나무 표면을 고르게 문지르는 일에 열중이었다. 보석함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손으로 직접 빚은 가구 하나가 생기는 기쁨도 있겠지만 제주생활을 열어갈 귀한 기술을 익히고 있다는 보람이 엿보였다.

지난 11일 서귀포시 신효동에 있는 목공예 강의실. 서귀포시 귀농귀촌 기본교육을 마친 뒤 심화교육에 참여한 이들이 목공예 제작에 한창이었다. 수강생은 20명이 넘었다. 모두 서귀포시에 주소지를 둔 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묵묵히 먼지나는 나무를 다듬으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듯 했다.

▶"교육 참가하며 향후 계획 결정"=제주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는 지난 10일부터 제주에 둥지를 튼 '초보 농사꾼'인 귀농귀촌인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신규 농업인을 합쳐 130명이 신청한 이번 교육은 감귤 재배 기초반과 원예작물 재배 기초반으로 나눠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감귤 재배 기초반으로 가면 감귤 정지전정, 월별 감귤원 관리 요령 등을 배운다. 원예작물 재배 기초반에서는 마늘, 양배추, 브로콜리 등 제주도 서부지역에서 주로 키우고 있는 작물의 재배기술이나 시기별 병해충 관리 등을 익힐 수 있다.

지난 1~2월 서귀포시가 제4기 귀농귀촌 기본교육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전체의 절반 정도인 46.3%가 '사전 계획 아래 귀농귀촌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는 한편으로 나머지 절반은 그같은 마음의 준비가 안된 채 제주로 향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33.9%는 '사전 계획이 없었다'고 밝혔다. 14.0%는 '교육 참가 등 제주에서 지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제주도 주최로 열린 제주살이 체험학교 참가자들이 염색 체험 후 한라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했다.

▶제주문화 만나고 기술 터득까지=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귀농귀촌을 짜임새있게 준비하든, 그렇지 못하든 제주살이를 꿈꾸는 이들에겐 여러 기관에서 개설하는 교육이 제주를 배울 수 있는 통로중 하나다. 더욱이 귀농교육 100시간을 수료하면 창업자금 융자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1박 2일 정도의 제주 투어에 참가한 뒤 제주살이에 마음이 쏠리는 이들이라면 기관별 귀농귀촌 교육을 꼼꼼히 파악해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농사를 지을 것인지, 창업을 통해 제주생활을 꾸려갈 것인지 등 귀농귀촌의 목표가 정해지면 교육도 그에 맞게 고르는 게 좋다. 서귀포시에서 마련한 귀농귀촌 교육의 경우 심화반까지 두고 있는데 제주문화를 익히고 갖가지 체험을 통해 제주정착의 계기를 제공하는 일에 무게가 실린다. 행정적 지원을 통해 귀농귀촌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교류를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서귀포시 귀농귀촌 교육의 장점이다. 감귤이나 밭작물 재배 등 농사를 직접 지을 생각이라면 제주도농업기술원 귀농귀촌교육이 효과적이겠다.

▶농촌 민박·감귤재배 다수 차지=서귀포시 귀농귀촌 교육에 참여한 이들 중 절반 이상(52.1%)은 '기후 환경과 아름다운 자연'때문에 서귀포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농촌 생활이 좋아서'는 13.7%였고 '투자 가치 등 미래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는 11.1%를 나타냈다.

이같은 희망을 안고 심화과정까지 포함해 6개월 가량 이어지는 귀농귀촌 교육을 끝낸 이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서귀포시가 최근 자체적으로 수료생들의 자립 유형을 파악한 결과 농촌형 민박 운영과 감귤 재배가 다수를 차지했다. 목공방 창업이나 강사 활동, 천연염색 창업, SNS 등을 활용한 판매 유통업, 친환경 제품 판매 창업 등은 그에 비해 소수였다. 교육 과정이 다양하지만 아직까지는 특정 분야에 창업이나 일자리가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다.

강정숙 서귀포시 귀농지원담당은 이에대해 "감귤재배는 서귀포의 특성을 반영한 분야여서 멘토링단 운영 등을 통해 수료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목공이나 천연염색은 농촌형 민박 운영에 요긴하게 활용되고 제주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강좌인 만큼 앞으로 창업 연계 교육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귀농귀촌 교육생 젊어진다
서귀포시 기본교육 참여자 30~40대가 다수
정착 뒤 어려움 '수입과 일자리'답변 절반
SNS활용 홍보기법 강좌 등 맞춤 교육 개설

귀농귀촌 교육생이 젊어지고 있다. 지난해 30~40대 연령층이 제주지역 순유입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상과 흐름을 같이한다. 서귀포시가 지난 1월 21일부터 2월 25일까지 펼쳐진 제4기 귀농귀촌 기본교육에서도 그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번 귀농귀촌 교육에는 정책 분야, 기초영농 분야, 지역알기 분야 등 25개의 기본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모두 합쳐 50시간의 강의를 이어왔고 신청자의 92.6%인 151명이 수료했다.

교육생 연령별 분포를 보면 30~40대가 다수였다. 40대가 42.7%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4.2%를 차지했다. 50대는 22.6%로 그 뒤를 이었다. 교육생 대부분은 서울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 출신이었다.

서귀포시가 이번 기본교육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절반 가량이 낯선 제주 땅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귀농귀촌을 택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수입'을 꼽은 응답자가 35.0%를 나타냈고 '일자리 부족'이라고 답한 사람은 12.0%로 집계됐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 연령의 교육생이 많았던 만큼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밖에 귀농귀촌 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애로사항으로 '생활편의시설' 21.4%, '주거지' 13.7%, '친척·지인과의 관계 단절' 8.5%, '자녀교육' 7.7%이라는 답이 나왔다.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으로 마련된 목공예 제작과정.

귀농귀촌 과정에 이미 썼거나 필요한 자금을 물었더니 3억원 이상이 40.3%로 가장 많았다. 2억원 이상~3억원 미만이 25.2%, 1억원 이상~2억원 미만이 16.8%로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행히 귀농귀촌 이후의 만족도에 대해선 '만족' 49.2%, '매우 만족' 14.2%로 전체의 63.4%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생이 젊어지면서 서귀포시도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고 있다. SNS와 블로그를 활용한 농산물과 사업장 홍보 기법 강좌, 민박이나 카페 운영에 필요한 농촌체험관광교육 등이 한 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사업 전략을 구상할 수 있도록 젊은층 수요를 반영해 맞춤형 교육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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