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90)제주시 추자면 제일식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90)제주시 추자면 제일식당
입에서 살살 녹는 추자바다의 진미, 삼치회
  • 입력 : 2015. 03.20(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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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식당 삼치회는 하룻동안 숙성시켜 담백하고 부드럽다. 강희만기자

삼치회·파김치·비법 양념장 더하면
침샘 자극하는 추자도식'삼치삼합'
야채·자연산 해산물 등도 한상 푸짐

추자도하면 참조기가 떠오르겠지만 섬의 속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삼치를 더 친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삼치회의 참맛은 첫사랑처럼 설레고 감미롭다.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추자도의 진미를 맛보는 것은 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추자도에서 삼치회로 유명한 곳은 이름처럼 '제일식당'이다. 삼치회가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30여년에 불과하다. 대부분 뱃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별미였던 것이 식탁에 오르면서 요즘은 제주도 전역에 걸쳐 추자도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선봉에 제일식당이 있다. 1990년 문을 연 제일식당은 1996년부터 삼치회를 메뉴로 내놓기 시작했다.

제일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장 김미연·박정란씨 그리고 주방장 고종배씨.(사진 왼쪽부터 )

전라남도 해남 출신인 박정란(65) 대표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40여년전 남편 고향인 추자도로 따라 들어왔죠. 1988년 남편이 돌아가고, 그 때가 37살이었는데 처음에는 양장점과 세탁소를 운영하며 1남1녀를 키웠죠. 세탁소를 접고 식당을 운영한 것은 30여년 전입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추자도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내 삶과 자식들을 지키고 키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죠."

박 대표는 이어 삼치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해산물을 잘 아는 낚시객이 단골이다 보니 음식을 허투루 만들 수 없죠. 추자도에서는 양식 물고기는 허용되지 않아요. 얼린 삼치는 사용하지 않고 그날 잡은 것만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몇시간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인데 정성을 다해 음식을 내 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제일식당이 유명한 이유는 삼치회의 맛을 배가시켜주는 양념장에 있다. 주인장이 그 비법만은 알려줄 수 없다고는 하지만 길고 긴 시간을 통해 얻어낸 특유의 맛이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삼치회에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제일식당 삼치회의 맛을 결정하는 주방장 고종배(47)씨. 한경면 출신인 그가 추자도에 발을 들인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일식 주방장인 그가 추자도에 들어온 것은 요리를 전수하러 오면서 시작됐다.

"1997년 처음 추자도에 왔죠. 일식요리를 전수하러 왔다가 추자도가 좋아 눌러앉게 됐죠. 제일식당에서 일한 것은 2002년부터인데 청춘을 추자도에서 보낸 셈이죠. 삼치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하루를 기다려야 하죠. 그날 잡은 삼치는 아이스박스에서 하룻동안 숙성 시켜야 해요. 일명 당일바리 삼치는 고무처럼 질겨서 맛이 없고 숙성을 시켜야 입안에서 녹아드는 감칠 맛이 나죠. 삼치와 양념장, 그리고 해풍을 먹고 자란 파로 담근 김치 등 삼치삼합을 만들어 먹어야 제 맛이죠."

제일식당은 삼치회와 최상의 맛을 위해 봄에 담근 파김치를 겨울에 꺼내 먹어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가업을 잇고 있는 아들 내외인 박경덕(43)·김미연(40)씨 부부. 김씨 역시 시어머니처럼 경상도에서 추자로 시집왔다. 김씨는 섬에서 강하게 자식을 지켜온 시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 음식에 대한 철학도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

"갓김치와 파김치는 1년치를 만들어 두죠. 보관하는 냉장고만해도 김치냉장고 3대를 포함해 10대가 넘어요. 잘 숙성된 김치와 삼치가 만나야 그 맛을 내기 때문인데 그 수고로움을 손님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죠."

삼치회에 곁들여 나오는 음식도 맛깔스럽다. 파김치와 봄동김치에 제철 활어회, 김, 멍게, 삿갓조개(배말)까지. 해풍에 꾸덕꾸덕 말린 참조기 구이도 밑반찬으로 맛볼 수 있다. 삿갓조개는 할머니들이 용돈벌이로 잡은 것들이라 더욱 정감이 간다. 문어와 전복은 모두 자연산이고 멍게는 추자해역에서 양식한 것들을 쓴단다. 운이 좋다면 우뭇가사리 종류인 '물캇'이라는 세모모자반도 맛볼 수 있다.

여름엔 쥐치와 파김치를 곁들여 만든 조림이 제일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여름철 횟감으로는 광어와 농어가 주메뉴이며 쥐치와 솔치, 감성돔과 돌돔 요리도 만날 수 있다. 거센 바다와 맞서는 추자섬 사람들. 투박하지만 그들이 내어놓은 음식 속에 따뜻한 배려와 속깊은 정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추자도 음식을 먹고 나면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로 16-2(추자면 대서리) 064)742-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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