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살아온' 그의 문학을 담다

'소설을 살아온' 그의 문학을 담다
'4·3문학' 대변하는 작가 현기영 소설가 '등단 40주년' 기념
  • 입력 : 2015. 03.20(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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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전집 '순이삼촌''아스팔트''마지막 테우리'3권 나와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40년이 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무심한 작가는 '벌써?'라고 말한다. 바로 제주출신 현기영 소설가(74·사진)이야기다.

오래전 그의 첫 창작집을 출간했던 창비출판사는 최근 작가의 중단편전집을 3권으로 묶어 동시에 발간했다. 1권 '순이삼촌' 2권 '아스팔트' 3권 '마지막 테우리'로 묶여 나왔다. 책 속에는 모두 30편의 중단편 작품을 개정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 책들은 명실공히 제주와 '4·3문학'을 대변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한 작가의 작품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4·3사건'은 고난의 역사를 살아온 제주도민의 트라우마이자 작가의 문학인생을 완성하는 삶과 역사의 상징이다. 임규찬의 평가처럼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꾼 사려깊은 문학적 삶'을 견지해온 작가는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소설을 살아온 것'이다.

현기영 작가의 중단편전집.

작가가 써낸 작품들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맛볼 수 있는 이 전집은 작가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든 명편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자아내며 작가의 강직하고 사려깊은 문학적 삶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1권 '순이 삼촌'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중에서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4·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순이 삼촌', '그날'의 처절한 현장을 역사적 현재의 수법으로 절실하게 재현해낸 '도령마루의 까마귀' '4·3사건'의 비극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적 사건으로 부각시킨 '해룡이야기'등 초기 3부작이 돋보인다.

2권 '아스팔트'에는 '4·3소설'에 속하는 '잃어버린 시절' '아스팔트' '길' 외에 제주도 출신 영세민의 애환을 그린 '귀환선, 식민지적 잔재가 온존하는 교육현장을 고발한 '나까무라 씨의 영어', 마당극 형식을 빌려 선악의 대립을 통해 민중의 각성을 일깨운 '일식풀이'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 실려 있다.

3권 '마지막 테우리'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거룩한 생애' '목마른 신들' '쇠와 살' '고향' 등 '4·3사건' 관련 작품과 자전적 소설 '위기의 사내', 당대의 현실을 다룬 '야만의 시간' 등 7편의 소설과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를 각색한 희곡 '변방에 우짖는 새'가 실려 있다.

작가의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중단편전집을 계기로 다시 돌아본 이 책은 앨범 속 과거의 자기초상을 보는 것처럼 남의 글을 읽는 것처럼,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작품들에 나타난 과거의 나는 그 젊음 때문에 지금의 나와는 어쩐지 별개의 인간처럼 느껴진다. 젊은 날의 그 생생한 열정, 분노, 두려움, 우울증이 부럽다. 지금의 나는 늙었지만 그 젊음의 잔해가 아니라 그 젊음이 낳은 자식이고 싶다." 각권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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