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1부 제주 왕벚의 세계화](3)대량생산 전초기지

[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1부 제주 왕벚의 세계화](3)대량생산 전초기지
숱한 시행착오속에 제주 왕벚나무 증식연구 성과 이어져
  • 입력 : 2015. 03.23(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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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접목에 의한 왕벚나무 대량증식을 적극 추진중이다. 사진은 왕벚나무 증식묘와 접목 방법(원). 강경민기자

조직배양·초단기 증식·접목기술 개발 특허 출원 등
국립산림과학원이 주도… 제주 한라생태숲도 가세
관음사 야영장 우량 왕벚나무에 접목 대량생산 체계


왕벚나무 증식은 일반적으로 조직배양과 접목 방식에 의해 이뤄진다. 조직배양의 경우 증식에 유리한 반면 전문가에 의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 한계다. 접목은 효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농가에서도 가능한게 강점이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초기 조직배양에서 최근에는 접목에 의한 대량증식에 초점을 두고, 지난해에는 접목기술을 특허출원했다.

제주산 왕벚나무의 증식은 초기에는 조직배양 방식에 의해 이뤄졌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3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전신인 임목육종연구소 남부육종장은 천연기념물 156호(신례리)와 159호(봉개동)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왕벚나무를 통해 시행착오끝에 조직배양 시험에 성공을 거둠으로써 대량 증식 가능성에 신호탄을 알렸다.

당시 연구팀은 김찬수 박사를 중심으로 왕벚나무 종자의 자연 발아가 거의 안될뿐만 아니라 꺾꽂이 등 무성번식(씨를 사용하지 않는 번식)이 안돼 더 이상 자연 번식이 어렵다고 판단, 인공 조직배양 방법을 이용한 증식 사업에 착수해 거듭된 실패 끝에 겨울철에 잎눈을 따내 조직배양을 한 결과 성공을 거두었다. 연구팀이 여름철 잎눈 조직 배양에 실패한 것은 잎눈 자체가 제주의 거센 풍우에 노출돼 시달린데다 왕벚나무가 너무 늙어 표피가 썩으면서 심하게 오염된 때문임을 밝혀내고 오염이 덜된 겨울철에 잎눈을 따내 조직배양 시험을 한 것이 주효했다.

이어 임목육종연구소는 1994년 왕벚나무 자생지 복원을 위해 봉개동 천연기념물 왕벚나무의 어린 가지를 채취한 뒤 시험관에 배양하는 방법으로 묘목을 생산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1996년 봉개동 자생지에 조직배양한 2년생 왕벚나무 40그루를 심어 후계림을 조성했다. 이때 조직배양한 왕벚나무는 서귀포시 돈내코 입구 연구소 진입로에 후계림으로도 식재돼 6년만인 2003년 봄에 처음으로 꽃을 만개했다.

이어 1997년에는 제주대 고석찬 교수, 한라산국립공원 고정군 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 왕벚나무의 미성숙 종자에서 채취한 미성숙 胚(씨눈)를 시험관에서 조직배양해 하나의 씨눈에서 대량의 식물체를 얻는 시험관 번식방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꽃받침통은 가운데가 통통하고 원통형. 잎자루, 꽃자루에 털이 있고 특히 암술대의 아랫부분에 털이 있는 것이 특징.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생태숲은 2013년에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왕벚나무 잎눈을 채취, 자체 식물조직배양실에서 1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쳐 조직 배양하는 데 성공해 후계림을 조성중이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최근에는 조직배양 대신 접목에 의한 왕벚나무 대량증식을 적극 추진중이다. 연구소측이 2000년대초 접목 1호로 주목한 나무가 바로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 인근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다. 이 왕벚나무는 몇해 전 치명적인 빗자루병에 감염돼 수난을 겪기도 했다. 연구소측은 이 나무를 기준 어머니나무로 해 대량 증식에 성공했다. 김찬수 소장은 "많은 나무에 대한 연구결과 수형과 형질, 꽃피는 특성 등이 관음사 인근 왕벚나무가 가장 우수해 집중적으로 접목 증식했다"고 전했다. 이때 접목한 나무가 현재 연구소 내에 성목으로 자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3년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사진)의 초단기 증식기술도 개발했다. 자생 왕벚나무의 종자 발아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개월로 단축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또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가 다른 지방에 있는 왕벚나무보다 2~4배의 다양한 유전자형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왕벚나무 종자는 최소한 1년 이상 저온상태에서 저장한 뒤 파종해야 싹트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증식이 어렵고 경비가 많이 들어 묘목 생산이 어려운 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새로운 종자 발아 기술은 기존 방법에 견줘 간단하고 발아에 걸리는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는 점에서 왕벚나무의 증식 방법을 크게 개선한 기술로 평가받았다.

[전문가 리포트]왕벚나무 사용 설명서
"제주 왕벚 전세계에 알려야"
문명옥 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지금 미국의 워싱턴 DC에서는 오는 4월 12일까지 국립 왕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1912년 일본이 기증한 왕벚나무에서 유래한 워싱톤 DC의 왕벚꽃 축제는 세계적인 꽃 축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행사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 문화 및 예술관련 프로그램 등으로 매우 다채롭게 구성된다. 물론 최근 연구로 밝혀진 바와 같이 제주원산인 왕벚꽃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정작 제 땅에서는 어떠한가? 왕벚나무의 자생지 및 원산지가 제주임이 자명한 지금, 그 위상에 걸 맞는 '매뉴얼'과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우선 정밀한 왕벚나무의 자생지 조사가 필요하다. 자생개체 수와 위치, 수령, 표본, 형질자료, 화상자료 등을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와 매뉴얼을 갖추어야 한다. 추가적인 자생지가 확인되면 매뉴얼에 따라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항목에 따라 조사하여 등록한다. 물론 관리체계를 단일화하여 지속적인 데이터의 축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왕벚나무를 식별할 수 있는 식물애호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포상제도 등을 활용하고 발견자를 역사적으로 기록하는 등의 동기부여가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자생지를 발굴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왕벚나무를 활용하는 차별화된 축제, 자원화전략 등 인프라의 확충과 개발이 시급하다. 매년 개최되는 왕벚꽃축제는 개최 지역과 프로그램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자생지인 한라산 곳곳에서 이벤트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왕벚나무 숲길걷기, 왕벚나무 사진전, 자생지에서 이뤄지는 제주도 벚나무류의 식별교육, 둘레길 벚나무 트래킹 등이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 이 외에 이미지를 형상화한 소품, 의류, 식물자체 즉, 꽃, 열매, 목재 등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개발도 시도해 볼 만하다.

셋째, 왕벚나무의 유래를 전 세계에 적극 홍보하고 알려야 한다. 왕벚나무가 제주를 상징하는 나무이며 유일한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것은 명백하게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왕벚나무의 역사 및 중요성 등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하여 관광객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이미지 광고 등으로 왕벚나무가 일본 원산의 꽃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에 대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봄바람 흩날리며 ♬~ 흩날리는 벚꽃 잎이~ ♪' 이 음악이 자주 들리는 걸 보니 올해도 왕벚꽃이 피는 봄이 왔구나 싶다. 올 봄에는 식물애호가가 찾은 자생 왕벚나무 1호가 탄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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