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박진우 경찰청 수사기획관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박진우 경찰청 수사기획관
제주출신 유일한 현직 경무관…승승장구
전국의 사건·사고 총 지휘하는 수사기획관으로 '우뚝'
"스펙보다는 부족함 채우기 위한 도전·노력 중요"
  • 입력 : 2015. 04.01(수) 00:00
  •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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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경무관은 "자신이 좋아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적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자만 않고 성실함·열정 다해"

제주도민들에게는 제주출신이 도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틀에 박힌 자격요건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위 명문대라는 스펙을 갖춰야만 치열한 경쟁사회인 서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편견이 그것이다. 물론 상당수가 그런 조건을 갖추기도 했지만 둘러보면 그 조건이 반드시 필요조건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제주 출신 경찰공무원으로 현직에서 가장 고위직까지 오른 박진우(52) 경무관이 그것을 증명한다. 도내에서 공고를 다니고 제주대학교를 나온 박 경무관은 경찰 내에서도 승진인사 때마다 예외 없이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때문에 제주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제주를 빛내는 인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에서 박 경무관을 만났다. 제주지방경찰청장의 직급이 치안감으로 격상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예전 같으면 지방청장과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박 경무관은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고 인터뷰 내내 자신은 평범하고 부족한 사람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군복무 시절 자신의 미래를 성찰한 끝에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 도전, 경찰직에 입무했고, 27년째 경찰에 몸담고 있다. 현재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경찰 간부들이 모인 경찰청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부서인 수사국의 수사기획관으로 일하고 있다. 박 경무관은 앞서 경찰청 수사국 강력계장, 서울청 22경찰경호대장, 서초경찰서장, 경찰청 경호과장 등 주요 보직을 섭렵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제주도에서는 1998년 하반기 서귀포서 경비교통과장, 1999년 제주서 경비교통과장으로 2년 정도 근무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경찰 간부 중 저보다 조건이 못한 사람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이 10시간 일할 때 30분 더하고, 또 다른 사람이 쉴 때 책 한 장 이라도 더 본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의 여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자만하지 않고 성실함과 열정을 주무기로 삼은 것은 주효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경찰청 수사국 수사기획관 업무는 전국 경찰의 수사업무를 지휘하고 지원하는 핵심 보직이다. 박 경무관의 하루 일과는 매일같이 전국 지방청에서 올라오는 수사 보고서를 일일이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수한 사건 사고를 접하는 박 경무관에게는 그러나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고 기억에 남지 않는 사건이 없다.

"수사는 경찰의 가장 본연의 임무이고 힘든 업무입니다. 경찰에서 수사를 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요.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상대적으로 수사 여건은 개선되지 못해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격무부서로 손꼽힙니다. 수사기획관의 임무가 전국 경찰들의 수사를 지원하는 일인 만큼 여러 가지 수사 관련 제도 개선 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 근무 경찰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박 경무관은 현장에 근무하는 경찰들에게 '당신이 서장'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관들의 판단을 우선하고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한 도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진학해 경찰수사제도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노력하게 되고 그래서 성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지식의 반감기가 7년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자꾸 짧아지니 자신의 학력보다는 배우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움에는 끝이 없고 올바른 배움에는 더 큰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박 경무관이 2013년 캐나다 경찰대학에서 연구원으로 1년 동안 해외연수를 가게 된 일화에서도 그의 남다른 근성을 엿볼 수 있다. 일에 몰두하며 상대적으로 챙기지 못한 가족들을 위해 연수를 신청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격요건인 영어 토익점수(785점)을 10개월 안에 취득해야 하는 목표를 6개월 만에 달성한 것.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시작했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처음으로 토익시험에 도전하는 것이었지요. 당시 제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경무관의 해외 연수 티오를 다음해에는 주지 않겠다는 것도 자극제가 됐습니다. 개인적인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조직에 손해를 줄 수도 있었기에 더욱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듣기 공부를 위해 욕실에서, 잠을 자는 동안에도 영어 듣기를 생활화 했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널리 귀감이 될 만 하다. 그런 그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자 영향을 준 인물은 다름 아닌 어머니다. 여전히 제주에서 농사일을 하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해이해져 있던 마음도 다잡게 된다고.

"가끔 어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하다보면 힘들어서 자꾸 쉬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어머니는 천천히 하면서도 꾸준히 해 결국 먼저 일을 마쳤지요. 그 모습을 보며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멀리 보지 않더라고 당장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박 경무관에게서는 자신이 처한 조건을 불평하긴 보단 조금씩 목표를 향해 전진하면 결국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우게 된다. 이제 제주 젊은이들에게 박 경무관은 든든한 선배이자 모델이다. 박 경무관은 "자신이 좋아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적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조언의 말을 전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자주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모교의 강의 요청에도 마음과 달리 나서지 못해 아쉽다는 박 경무관. 그는 긴 표현 대신 제주 출신이라는 것에 늘 감사함을 갖고 있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박진우 경무관은 누구] "제주 출신 늘 감사"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출신으로 한림공고와 제주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37기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해 경위로 경찰에 입문, 1999년 제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2000년 901전경대대장, 2001년 경찰청 수사국 자료운영계장, 폭력계장, 강력계장을 거쳤다. 2006년 총경으로 승진한 후 인제경찰서장, 경찰대학 학생지도과장, 서초경찰서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경찰청 경호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 대구청 차장, 부산청 3부장, 인천청 1부장을 지내고 현재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 재직 중이다.

박 경무관은 자신의 성공을 내세우는데 쑥스러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승진 때마다 고향 마을에서 현수막을 내걸거나 축하 광고를 내는 것을 말렸다고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처럼 성공한 고위 공직자이지만 남다른 미덕까지 갖춘 박 경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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