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좋다]4·3 문화예술 축전

[주말이좋다]4·3 문화예술 축전
응어리진 '뭇 생명' 꽃으로 피다
  • 입력 : 2015. 04.03(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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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어리진 멍든 가슴과 피폐한 영혼들이 4·3예술의 판과 만나서 '꽃'으로 승화할 수 있는 행사가 제주섬 이곳 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역사맞이 거리굿

비극적 역사 예술판서 꽃으로 승화
예술가들 자발적·양심적 참여 통해
오늘 '역사맞이 거리굿’을 시작으로
5월 10일까지 '축전 프로그램' 다채

응어리진 멍든 가슴과 피폐한 영혼들이 4·3예술의 판과 만나서 '꽃'으로 승화할 수 있는 행사가 제주섬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이 준비한 '4·3문화예술축전'이다. 4·3사건의 '비극적 역사를 예술적으로 승화'하기 위한 제주민예총의 대표사업으로 올해 22회를 맞는다. 예술가들의 자발적이고 양심적 참여를 통해 부단하게 4·3역사의 진실찾기에 앞장서 온 예술축전이다. 올해 행사는 3일부터 5월10일까지 열린다.

모든 생명이 만나서 관계를 맺으며 변화한다는 의미의 '접화군생'(接花群生)을 주제로 한 이번 문화예술축전은 4·3 당시나 이후 응어리진 마음과 억울한 영혼을 예술로써 달래고 대중이 4·3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수장해원 상상굿

가장 먼저 열리는 행사는 '역사맞이 거리굿'이다. 3일 오후 5시부터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역사맞이 거리굿'에는 일본과 베트남 등에서 활동중인 음악가들도 참여해 4·3 음악과 퍼포먼스, 마당극 등이 선보인다.

30여 단체, 100여명의 예술인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장르의 복합문화예술 마당이 4·3을 주제로 펼쳐진다. 거리굿은 제의로서의 굿 보다는 해학과 성찰, 위무의 성격을 갖는 예술적 행위로서의 굿을 의미한다.

4·3의 테마들을 음악, 마임, 춤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거리퍼포먼스를 비롯해 다양한 참여마당이 준비된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추모공간을 운영하고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진아영, 그녀의 삶은 곧 4·3'을 전시한다. 그림동인 요호는 '몸에 그리는 평화이미지', 탐라미술인협회 '4·3미술운동 도록전', 세월호추모공간, 4·3영화 '제주, 년의 춤' 홍보관 등이 마련된다.

4·3사진전 '잃어버린 마을, 남은 자들'은 8일부터 12일까지 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청소년 4·3문화마당

11일에는 서귀포시 정방폭포 일대에서 '찾아가는 위령제-정방폭포 해원상생굿'이 제주큰굿보존회(회장 서순실)의 집전으로 열려 당시 정방폭포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올해에는 처음으로 서귀포시 지역을 찾아가게 된다.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은 이 대학 국제교류회관에서 '제국의 폭력과 저항의 연대-4·3의 땅에서 오키나와 문학을 보다'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제주작가회의가 마련하는 문학기행 '의인을 찾아서-제주동부지역을 가다'도 눈길을 끈다. 오는 18일 도내 4·3유적지 일원을 작가들과 함께 탐방하고 문학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추념 시화전은 4·3평화재단 시간의 벽에 마련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이어진다. '4·3미술제 대표작품선'을 추린 전시회도 평화기념관 예술전시실에서 마련되고 있다. 1994년부터 개최해온 미술제 20년동안 출품했던 작가들의 대표작을 엄선해 전시하고 있다.

민요패 소리왓

청소년 4·3문화마당도 준비됐다. 오는 11일 서귀포시 4·3유적지에서 서귀포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문화마당을 진행한다.

이어 놀이패 한라산의 창작마당극 '사월굿-꽃사월 순임이', 소나무 숲 콘서트 휴 '사월 이야기', 4·3의 몸짓으로 제주를 바라보다Ⅱ, 4·3소리판굿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 제9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 '생명의 호흡 평화의 몸짓' 등 세대·국적을 넘어 '몸짓언어'를 전한다.

놀이패 한라산이 선보이는 '사월굿-꽃사월 순임이'는 4·3으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평생 기다려온 순임이를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의 아픔을 돌아보게 한다. 윤미란씨가 연출을, 한진오씨가 대본을 썼다. 17일 문예회관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소리왓의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는 영상과 소리를 통해 그날의 아픔을 전한다. 안희정씨가 대본을, 변향자씨가 연출을 맡았다.

제주4·3 음악, 미술로 평화를 말하다

4·3평화 음악회 '메모리 오브 피스'…5월 7일 제주대 아라뮤즈홀 무대
4·3미술제 '얼음의 투명한 눈물'…4~26일 도립미술관 상설전시실

4·3을 음악과 미술로 기억하기 위한 평화음악회와 미술제 행사가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도내외 뮤지션들의 창작곡을 발표하는 4·3평화음악회 '메모리 오브 피스(Memory of Peace)'가 오는 5월 7일 오후 6시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음악회는 지난해 '메모리 오브 사운드(Memory of Sound)'에 이어 기억에 관한 두번째로 마련된 것.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제주에서 활동하는 인디뮤지션들이 직접 4·3에 대한 창작곡을 만들고 기존에 나와있는 음악을 편곡해 발표하게 된다.

이번 음악회는 청년 뮤지션들이 만드는 행사. 무대에는 도내 뮤지션인 김거지·남기다밴드·뚜럼브라더스·묘한·사우스카니발 등이 오른다. 최상돈, 흔적, 대학동아리밴드 액센트, 로망스 등도 함께 무대를 채운다. '만세가' '북촌 곱을락' '이어도 연유' '4월에' '형무소에 부는 바람' 등이 무대에 오를 곡목들이다.

도내외 뮤지션들의 4·3평화음악회 '메모리 오브 피스'(사진 왼쪽)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얼름의 투명한 눈물'을 주제로 열리는 4·3미술제.

특히 음악회의 충실한 진행을 위해 참가하는 뮤지션들이 다 같이 모여 4·3유적지를 돌아보는 사전 워크숍을 가지기도 했다.

류준영 음악감독은 "겉으로는 밝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픔이 묻어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밝은 리듬이지만 창법·가사는 아픔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4·3미술제는 '얼음의 투명한 눈물'을 주제로 4일부터 26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상설전시실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탐라미술인협회, 제주미술인협회, 한라미술인협회가 주최하는 4·3미술제는 지난해부터 문화예술축전에서 독립해 국제전 규모의 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주최 측은 단위 행사를 벗어난 지 2년째를 맞아 충실하고 깊이 있는 내용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이번 미술제는 4·3과 관련된 모든 것을 되짚어보며 궁극적으로 미술 특유의 미학적 승화로 이끌어가는 자리. 4·3을 표현하는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자료 및 각종 자료가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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